"정말 놀랍고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같은 영화인
으로서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을지 짐작할 만하더군요. 한국 현대사에 대해 알 수 있
는 기회도 됐고요."
홍콩 출신의 월드스타 청룽(成龍)은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들뜬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태극기…'를 보기 위해 21일 내한한 청룽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
가박스에서 강제규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6.25 참전용사 등과
함께 영문자막으로 처리된 영화를 관람한 뒤 인근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퓨전 아시아
음식 프랜차이즈 재키스 키친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대단히 인상깊게 관람했습니
다. 전쟁 전과 전쟁 후에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더군요.
영화 종반부에 주인공 진석이 형 진태가 준 볼펜을 발견하는 장면과 형이 사준 구두
를 쓰다듬는 대목에서 저도 눈물을 많이 흘렸지요. 이런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관람
해 사랑과 평화가 왜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신인인 원빈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장동건과 원빈
을 제외한 조연들까지 훌륭한 연기를 펼쳐 강제규 감독이 치밀하게 캐스팅했다는 느
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청룽은 지난 3일 '태극기…'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 초청받았으나 중국의 영화
제 일정 때문에 불참했으며, 뒤늦게 관련 뉴스를 접한 뒤 한국을 방문해 영화를 보
고 싶다고 제작사 강제규필름에 요청해 왔다.
"세계 각지를 돌며 영화를 촬영하다가 최근 홍콩에 돌아왔는데 신문마다 한국의
영화, TV 드라마, 가요 등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더군요. 저도 그 비결이 뭔지 궁
금해 영화 '쉬리'와 '집으로…', 드라마 '상도' 등을 봤지요. 제가 강 감독에게 한
국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다양하고 수준높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태극기…'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
였다.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미국은 자막이 있
는 영화를 싫어하고 아시아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어 아직도 벽이 높다는 것이
다. 자신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청룽은 할리우드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함께 자리한 강제규 감독도 아시아 영화인의 협
력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에 감명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청룽은 중국, 한국, 일본이
힘을 합쳐 할리우드에 대항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요즘 아이들은 코카콜라와 맥도널드에 입맛이 길들여져 김치나 만두를 잘 먹지
않습니다. 미국 문화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문화를 잃어버리면 안되
지요. 저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제작하면서 홍콩 배우들을 기용했고 '후 엠 아이'
에서는 일본 배우들을 캐스팅했습니다. 아시아인들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뭉치지 않
으면 할리우드에 잠식당하고 말 겁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청룽은 '태극기…'의 모티브를 제공한 충북대 6.25 유해
발굴단에게 기탁해 달라며 강제규 감독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청룽은 24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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