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사실상 인수함으로써 국제 금융자본이 국내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
낙후한 한국의 금융 현실을 보면 구조조정과 개혁의 명분으로 선진금융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화' 바람, 이제 그 열매들이 하나둘씩 맺기 시작하면서 쓰든 달든 우리는 그 열매를 삼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냉혹한 시장원칙을 따라야만 하는 현실에서 일말의 두려움을 느낀다.
시티은행은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이다.
이미 한국에 12개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데 프라이빗뱅킹(PB) 업무 등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어 파급효과는 불보듯 하다.
관치 금융에 길들여진 기존 은행들은 소매금융분야에서 아예 게임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형화.집중화의 '틈새시장'으로 소매금융 특화를 노리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당장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하다.
시티은행에 한미은행 지분을 넘겨준 칼라일펀드는 인수 3년 만에 약 6천억~7천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누렸다.
외국계 자본끼리 서로 치고 받으며 엄청난 수익을 챙기는 인수합병(M&A)의 노하우(?)에 혀를 내두른다.
한 쪽에는 국민의 혈세 수십조원을 공적자금으로 갖다 붇고있고, 또 한 쪽에는 몇 년만에 보따리를 챙겨 한국을 떠나고 있으니 아무리 세계화와 개방의 시대라고 하지만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제 은행 간 경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은행의 대형화와 인수 합병의 물꼬도 터진 셈이다.
문제는 국제 금융자본은 이렇게 펄펄 뛰고있는데 국내 금융관리 시스템은 잠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미 LG카드사태에서 보듯 외국계 금융기관은 정부의 방침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금융권의 단합된 목소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티은행은 순환 보직을 철저히 지양하고, 전문 분야를 계속 특화하여 나이를 무시하는 성과 위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등 무서운 관리체계를 갖고 있다.
누가 이 골리앗에 대항할 것인가. '세계화의 덫'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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