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이라크 조기선거 불가능"

입력 2004-02-20 15:36:32

이라크 정치일정을 둘러싼 논란의 중재자 역할

을 하고 있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 주권이양 시한으로 제시된 6월30일

이전 선거실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난 총장은 주권이양 시한은 준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

주도 점령당국과 이라크의 각 정파들도 이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선거를 통하지 않고 이라크의 과도정국을 이끌 지도부를 어떻게 구

성할 지가 향후 이라크 정국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

임스는 과도통치위원회를 확대개편해 과도정부를 담당토록 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이라크 재건에 관심이 있는 45개 유엔 회원국

들의 모임인 '이라크의 친구들 그룹' 대표들과 이라크 정치일정을 협의한 뒤 유엔본

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6월30일 이전 선거실시가 타당하지 않다는 공감대 또

는 이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우리는 또 이라크 주권이양 시한은 준수돼야 하고 과도정부 구성

방안을 찾아내야 하며 추후 선거 준비를 도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

했다.

앞서 아난 총장은 이라크 조기선거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단을 이끌고 이

라크를 1주일간 방문했던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에게서 보고를 받은 뒤 그와

함께 '이라크의 친구 그룹' 회의에 참석했다.

아난 총장은 이 그룹 회의에서도 "완전한 대표성과 정당성을 갖춘 의회와 정부

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직선 실시가 최선의 방안이지만 최적의 기술적, 안

보적, 정치적 조건 하에서 주도면밀하게 준비되지 않는다면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

질 수 없다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난 총장은 기자들이나 '이라크의 친구들 그룹' 회원국 대표들에게 선

거를 치르지 않고 과도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히미 특사는 이 그룹 회의에서 과도정부는 총선을 통한 합법정부 구성 때까

지 한시적인 역할만을 하도록 명시하고 미국이 내년말로 제시했던 총선 일정을 가능

한 한 앞당겨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폴 브레머 미군정 최고행정관도 이라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과도정부 구성방

식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6월30일 주권이양 일정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브레머 최고행정관은 "선거 실시가 불가능하다면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해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라크 조기선거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가운데 정

치적 관심의 초점은 과도통치위원회를 유지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그것을 확

대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과도통치위의 일부 위원이 이 위원회의 정당성 강화를 위해 규모를 배

로 늘리는 방안과 함께 여러가지 위원 추가선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을 밝혔

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과도통치위 위원들의 권한 유지 방책"

이라면서 반발하는 위원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앞서 치안이 특히 불안한 중부 수니파 지역을 제외하고 남북부만으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수니파의 반발이나 새 정부의 정

통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실현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브라히미 특사도 유엔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선거에는 모든 유권자들이 참여해

야 한다"고 못박았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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