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입력 2004-02-20 13:52:08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저 좋았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가 늦깎이 공부 끝에 학위 3개나 받았다.

21일 영남대 200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쓴 박성희(朴誠熺.36.대구시 북구 복현동)씨.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박씨는 1986년 경북여상을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사정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하고 시중은행에 입사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지만 은행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기가 힘들었고, 결혼과 출산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 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99년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자신도 영남대 경영학부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벌써 서른을 넘긴 나이였다.

공부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박씨는 주전공인 경영학 외에도 아동학과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 했고, 교직과목까지 이수하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졸업학점인 140학점을 훨씬 상회하는 212학점을 이수했던 것. 성적우수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을 정도로 학업에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그 결과 박씨는 실업계고 교사 자격증(상업)과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국어),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증 등 모두 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경영학사와 2개의 문학사 학위까지 받게 됐다.

"그동안 어린 아들을 돌봐준 시부모님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박씨는 "국어교사가 되는 게 꿈이지만 지금은 둘째를 임신 중이라 또 잠시 꿈을 접어야 합니다"며 웃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꿈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한편 이번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3개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졸업생은 박씨 외에도 정지운(정치외교학 전공).김이구(지역개발학 전공).안현주(경영학 전공)씨 등 4명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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