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와이에서 기동력 야구로 대변신

입력 2004-02-19 13:55:36

대구 삼성라이온즈가 변하고 있다.

장타력에 의존하며 개인주의가 강했던 삼성이 기동력, 팀배팅 등 세밀한 작전과 팀워크를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이승엽, 마해영 등 장타력 있는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나온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예전에 볼 수 없던 팀 컬러 변화다.

하와이 마우이 이치로 구장에서 18일 벌어진 청백전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뚜렷했다.

류중일 작전코치는 1회 청팀 김재걸, 2회 백팀 박종호에게 '치고 달리기(Hit and Run)' 작전을 지시했고 '그린나이트(Green Light:선수 판단에 의한 도루)' 작전도 고지행(4회), 박한이(9회)에게 내려졌다.

훈련중에는 짧게 끊어치는 타법을 강조하고 번트 연습도 필수 훈련 항목에 추가됐다.

박흥식 타격 코치는 "파리를 잡을 때 파리채를 휘두르것처럼 방망이를 짧고 강하게 휘둘러 헤드 스피드를 최대한 빠르게 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며 "또 아웃되더라도 도루를 많이 시도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변화를 주도할 선수는 박종호(31), 강동우(30), 박한이(24), 조동찬(20) 등이 꼽힌다.

지난해 현대 우승의 주역에서 올 시즌 사자 유니폼으로 바꿔입은 박종호는 올 시즌 코칭 스태프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 노련미와 리더십을 겸비한 박종호는 팀배팅과 차질없는 작전 수행으로 팀 변화의 선봉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박종호는 "원래 끊어치는 타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큰 무리는 없다"며 "선수들도 벤치 작전이 많아질 것에 심리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빠른 강동우(30)에게 팀 색깔 변화는 기회가 되고 있다.

강동우는 배트 스피드가 빨라졌고 항상 지적됐던 체력에서도 훈련을 착실히 소화한 결과 눈에 띄에 좋아졌다.

강동우는 "팀 색깔 변화와 함께 올 시즌 프로 7년차로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변화구와 몸쪽공에 약했는 데 요즘은 타이밍이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다"며 투지를 다졌다.

박한이(24)는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코칭스태프로부터 스윙폭을 크게할 것을 주문받았다.

팀내 장타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박한이도 20-20(홈런-도루)을 목표로 시도했지만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져 지금은 예전폼을 더 염두에 두고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박한이는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타격폼을 확실히 정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팀 변화에 활력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3년차인 조동찬(20)은 하와이 전지훈련을 통해 확실히 떴다.

지난해 막판 2루 백업요원으로 간간히 출전하면서 인상적인 수비를 펼쳐 김응룡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조동찬은 전지훈련에서 녹록치 않은 타격솜씨를 과시했다.

원래 힘이 좋아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그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부쩍 기량이 늘어난 것. 유격수 기용이 예상되는 조동찬은 "볼을 보는 눈이 크게 향상된 것 같다"며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마우이/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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