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첫 여성 부장판사 이림(41)씨

입력 2004-02-19 11:25:15

18일 대구지법 개원 이래 첫 여성 부장판사로 부임한 이림(李琳.41)씨. 얼핏 여성판사라고 하면 딱딱하고 꼼꼼한 느낌을 줄 듯하지만 그는 인터뷰 동안 푸근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첫 여성 부장판사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있고 지역사회에서 신망받는 대구지법에 근무하게 돼 법관 실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부장판사는 최근 여성법관들이 크게 느는 현상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했다.

"남성들에 비해 기록을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판사업무는 여성에게 유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현재 전국 법관 2천44명 중 여성법관이 277명이나 되고 올해 임용된 예비판사 경우 여성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이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힘듭니다.

재판 당사자들에게 '오히려 심판을 받는다'는 자세로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

그는 지난 2001년 서울고법 형사부 배석판사를 하면서 소홀한 수사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강력범으로 몰린 피의자들을 무죄로 풀어줬던 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평소 관심있는 분야인 의료전담 재판부인 제11민사부를 이끌게 된 것도 좋지만, 앞으로 후견인제도 등 소년사건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재판부를 이끌 계획에 대해 "합의부는 세명의 판사가 합의,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부장이라고 발언권이 세지는 않다"면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논리로서 다른 판사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재판부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성들처럼 술자리를 통해 재판부를 이끌기보다는,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볼링이나 음악회, 전시회 감상과 같은 문화적 모임을 자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성심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사시28회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하영석 변호사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선배 여성법조인들이 닦아온 길을 순탄하게 따라온 만큼, 나 자신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법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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