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오빠들이 전동차 안에서 '아야'하며 아파했겠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돼요".
17일 오후3시 대구 중앙로역 참사 1주기 추모식 연단. 많은 시민들이 가신 이들에 대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으로 헌화를 했다.
길게 늘어선 헌화 행렬 끝편에 민아(11.여) 종윤(9) 남매도 서 있었다.
흰 국화 한송이씩을 들고 단상에 오른 어린 남매는 분향소 한 가운데에 서자 꽃을 올려 놓은 뒤 고개 숙여 묵념했다.
손을 잡고 내려오던 남매에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헌화한 의미를 알겠니'라 묻자 민아는 "지하철 사고가 난 지 1년 된 날이잖아요. 너무 슬픈 날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종윤이는 누나 뒤에 고개를 묻고 서 있다가 "어른들의 잘못으로 형.누나들이 죽었어요. 우리가 어른이 되면 이런 일 안 만들거에요"라 한마디 했다.
남매를 데리고 온 아버지 박천교(43.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참사현장과 1주기 추모식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산 교육이란 생각에서 왔다"며 "아이들이 컸을 때는 대구가 안전도시로 거듭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같은 시각 참사현장이었던 중앙로역 지하1층에는 참사추모 관련, '어린이가 그리는 하늘 땅 그리고 해'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의 4~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참사를 주제로 한 그림을 공모했는데 이날 선발된 400여점 중 200여점을 전시한 것.
그림 중에는 온통 검은색 바탕이 된 전동차 내부에 노란색 옷을 입은 한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 아픈 느낌을 주는 것도 적잖았으나 대부분은 밝은 화면에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그림이었다.
그림전을 둘러본 하승수(11.선원초교 4년)군은 "아저씨, 제가 어른이 되면 지하철 쌩쌩 잘 달리도록 할게요"라며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을 나무라는 듯 약속했다.
이 행사를 진행한 '옥수수' 어린이미술교육 프로젝트그룹의 최은옥 대표는 "아이들의 그림을 살펴보니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와 연관돼 있는 사건이라는 느낌을 담은 것이 많았다"며 "어른들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는 어린이 마음이 잘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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