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교육 중증장애아 중2 효민이

입력 2004-02-19 11:25:15

효민이(14.죽전중 2년.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세상'은 2.5평이다.

태어난 직후부터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오른 손가락 하나를 빼고는 고개도 가눌수 없어 임대아파트의 좁은 방 한칸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

그러나 효민이는 초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쳤고 이제는 어엿한 중학교 2학년. 철이 들고 난뒤 절망을 먼저 느꼈던 효민이지만 세상에 대해 당당해진 것은 지난 2002년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윤옥련(34.여.진월초교특수교사) 선생님 때문이다.

윤 교사는 중증 장애아 재택교육기관인 '남부교육청특수교육지원센터'가 전국 처음으로 문을 열자 효민이와 같은 아이들 6명의 '담임'으로 부임해 인연을 맺었다.

"IQ는 120이나 되요. 몸이 불편해 체육만 못한다 뿐이지 영어, 국어, 사회 과목의 이해력은 비 장애아들보다 더 뛰어나요".

윤 교사는 담임 부임 이후 1주일에 이틀씩 효민이의 2.5평짜리 방에서 수업을 했다.

효민이는 문답식으로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고 선생님과 단둘이서 휠체어를 타고 소풍도 갔다 왔다.

"어린이 회관에 바람쐬러 함께 갔더니 '선생님, 사람이 없어서 좋아요' 하더라구요. 그동안 효민이가 받았을 상처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이전의 효민이는 그늘이 많았다.

엄마 등에 업혀 등교한 초등학교 1학년 첫 날 체육시간, 혼자 남겨진 교실 안에서 효민이와 엄마는 설움에 북 받혀 펑펑 울며 다시 가방을 챙겼고, 그 후로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윤 교사는 효민이가 중학교에 올라간 이후 자신이 아닌 다른 교사의 재택 교육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차례씩 들러 과외선생님(?)을 맡고 있다.

효민이는 "선생님과는 모든 이야기를 할수 있다"며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항상 얻고 있다"고 했다.

효민이네는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사는 국민기초생활수급가정. 중장비 기사로 일하던 아버지 김모(43)씨는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정작 자신의 눈병은 병원에 가지않고 안약만 넣다가 왼쪽 눈을 실명했고, 이후부터는 아내(39)와 함께 과일 노점상을 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합해 월 10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윤 선생님의 소개로 남부교육청 여직원 모임인 '달남회'로부터 소중한 후원금을 받고 있다.

윤 교사는 "재택 교육은 중증 장애아들이 의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데도 실제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며 "교육청에 도움을 청하면 누구나 재택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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