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다

입력 2004-02-19 09:26:10

9시 뉴스만 보고나면 졸린 나는 아침형 인간이지만, 내 주위엔 해가져야 기운이 나는 심야형 인간이 제법 많은 편이다.

그중엔 조용한 밤이 더 좋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있고 밤마다 재즈클럽에서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자도 있다.

물론 한 사람은 연봉이 억대에 가깝고 한 사람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지만 모두 자신의 밤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침형 인간보다 못한가?

생각해보니 아침형 인간은 일종의 신화였던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늦게까지 잔다는 의미를 넘어 '천하에 게으른' 것이고 '지탄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니 성공하려면 무조건 일찍 일어나고 볼 일이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또 한때는 동사무소 마이크나 청소차에서조차, 늦잠은 용서될 수 없는 것이었다.

온 나라가 새벽부터 행진곡을 틀어놓고 나팔을 불며 흔들어 깨우던 시절을 기억하는지.

그러고 보면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에는 어떤 음모가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고 공장에 가고 그리하여 해가지면 조용히 이불 덮고 자야한다는 건지도 모른다.

야간통행금지. 혁명과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했으니….

음모가 아니래도 좋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은 어딘가 차별적이다.

아침에 일하는 개미는 저녁에 노래하는 베짱이를 비웃는다.

하지만 베짱이의 노래 없는 개미의 노동은 노동이 아니라 노역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러니 세상의 아침형 인간들이여 심야형 인간을 비웃지 마시라. 그대도 밤을 지새워 연애편지를 써봤고 술을 마셨으며 격론을 벌였던 시절이 있었다면 오늘 아침밥도 못 얻어먹고 출근한 당신도 한때는 심야형 인간이었을 터이니.서정호(베이프로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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