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전자 "도로 나서기 겁난다"

입력 2004-02-12 11:17:37

여성 운전자 황모(35.문경시 점촌동)씨는 지난 9일 오후 차를 몰다가 당한 황당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좌우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우회전을 하는데 갑자기 뒤따르던 화물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추월했고, 30여m쯤 앞서가다 갑자기 급제동을 했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여성 운전자를 보고 고의사고를 내려했던 화물차 운전자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했다.

또 지난 10일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날뻔 했던 김모(30.여)씨는 항의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상대방 운전자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남성 운전자는 오히려 "아줌마 주제에 살림이나 할 것이지 운전대를 잡았느냐. 재수없다"며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

상당수 여성 운전자들이 도로에 나서기가 무섭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문경.포항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작년 도내 여성 운전면허 취득자는 2만9천여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취득자 7만여명의 42%에 이른다.

지난 2000년 39%이던 것이 3%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 이처럼 여성 운전자 비율이 늘면서 남성들의 난폭 운전에 따른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소한 접촉사고나 운전 중 벌어지는 시비에서 여성 운전자들은 '언어 폭력'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는 식의 성차별 발언이 대부분.

주부 이모(33)씨는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것처럼 겁을 주는 남자들도 많다"며 "일단 여성 운전자라면 만만하게 보고 고함을 지르거나 욕부터 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했다.

문경.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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