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다.
오랜만에 눈물까지 흘려가며 실컷 웃었다.
하지만 그 재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허공에 날려버리게 된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김지훈 감독·20일 개봉)는 전라도 조폭이 등장하는 '가문의 영광'류 코믹물이다.
지난해 말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최근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묵직한 소재들이 연이어 충무로에 판을 쳤던 때에 코미디로의 복고(復古)를 내세운 이 영화는 분명 웃음의 갈증에 목말라 하던 영화팬들에게 청량 음료가 될 듯하다.
대규모 마약거래를 수사하기 위해 서울 신출내기 형사가 목포의 폭력조직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을 그린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배우들의 변신이다.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최근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독특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조재현의 코믹연기 변신은 인상적이다.
다소 어색하지만 '바른 생활 연예인' 차인표의 조폭 건달 시도는 어떠한가. 여기에 여검사로 등장하는 송선미의 어리버리한 섹시함까지…. 각각의 재료 맛은 덜하지만 전체적인 맛은 일품인 잘 버무린 콩나물 비빔밥을 닮았다.
'목포는…'의 야심은 배우들의 변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솜씨를 데뷔작에 쏟아 부은 김지훈 감독의 잠재력은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1980년대 배창호, 90년대 이창동이라는 대구 출신 영화감독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느낌이다.
감독은 시종일관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저급한 코미디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섬세한 연출로 차단했다.
아쉬운 점도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간 히트를 했던 코미디작들은 '코미디 70%, 감동 30%'라는 공식을 엄수, 처음엔 관객들의 배꼽을 빼다가 후반부엔 코끝이 시큰함을 맛보이며 대중적인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배합 비율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어디서 감동을 찾아야할지…. 곤혹스럽게 만든다.
"TV 드라마 '완전한 사랑'과 영화에 동시에 출연하는 바람에 TV 세트장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영화 촬영장에서는 표준말을 쓰는 등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차인표의 말대로 목포 토박이 백성기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닐까.(송선미도 은장도와 촬영이 맞물렸다)
또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 현 실정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지방색이 묻어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영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서울 형사가 목포 폭력조직에 위장 잠입해 보스의 오른팔까지 상승하는 과정이라든지 조폭 두목과 결혼하는 여검사, 2대50으로 싸우는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 등은 설득 면에서 힘에 부친다.
그래도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조폭이라는 진부하고 손쉬운 코드에 기대는 대신 남자와 남자 사이에 오가는 뜨거운 정이 넘치는 매우 즐겁고 강렬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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