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한 농협만들기-(상)갈등원인은 무엇인가

입력 2004-02-11 13:51:56

회원농협 조합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특히 지난해 11월 청도 금천농협과 매전농협이 조합원들의 요구로 직원 연봉을 하향조정한 이후 농협개혁과 임직원 고액연봉 삭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주, 청송, 구미 장천 등 경북도내 곳곳으로 들불처럼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업인들이 대부분인 농협 조합원들은 왜 농협개혁을 요구하고 직원들의 임금 삭감을 요구할까. 회원농협 사태의 근본원인과 농협개혁의 방향, 농협개혁의 성공사례를 살펴본다.

이번 농협사태의 가장 큰 근본원인은 농협이 농업인들이 대다수인 조합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회원농협들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농업활동을 지원하는 '경제사업'은 외면하고 속칭 '빨대'라고 부르는 신용사업 위주로 수지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흑자를 내느냐 적자를 내느냐는 신용사업, 쉽게 말해 돈장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협의 주인이어야 할 농업인들이 늘어나기만 하는 빚으로 오히려 농협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류진춘(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한국협동조합학회장은 "농협은 농업인 이익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산물 가격안정장치를 마련하는 등 농업인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농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회원조합이 농민중심의 조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지유통을 활성화시키는 등 경제사업에서 이득을 내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적절하게 환원하는 것이 원래 농협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산의 한 농협의 경우 경제사업 이익금의 80% 이상을 인건비와 사무실 경비 등으로 사용한 반면 조합원들을 위해 쓴 지도사업비는 10%정도에 불과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 재정금융팀 박준기 부연구위원은 "농협은 이익을 위해 모인 생산자단체"라고 전제하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신용사업에서 돈이 나오다보니 상대적으로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경제사업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성지역 회원농협 중 경제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농협은 미곡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인농협 뿐이다

나머지 대다수 농협은 매년 경제사업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농협개혁 바람은 수입농산물 증가 등으로 농업인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농협 임직원들은 많은 봉급을 받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문제도 신용.경제사업이 분리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시킨 후 경제사업에서 이득이 나지않으면 자연스럽게 봉급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군농협 지부장들은 "회원농협에서는 같은 경력이라도 연봉이 500만~1천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등 조합별로 천차만별"이라며 "고정급여 등 80% 정도는 농협이 자체 결정하더라도 나머지 20% 정도는 조합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봉급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원조합별로 연말에 결산을 통해 이사회에서 인센티브를 주거나 동결하는 등 일정 부분 재량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최초로 지난 1999년 노조를 결성했다가 회원농협 조합장들의 집요한 '와해 작업'으로 현재까지도 '노사 진통'을 겪고 있는 성주군내 농협직원들은 잇따른 농협 파동의 원인을 색다르게 해석한다.

회원농협 직원들의 노조결성과 활동으로 조합장의 예산 집행과 인사권 전횡이 쉽지않자 일부 지역에서 대의원인 농업인들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않다는 것이다.

한편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농협직원 노조의 임금, 복지 등과 관련된 단체행동 등을 집단이기주의로 보는 경향이 짙다.

조합원 김모(51.안동시 북후면 옹천리)씨는 직원들이 어려움에 처한 조합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제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최근의 농협사태 이면에는 조합장 직선제의 후유증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촌지역의 경우 각종 선거 때 인물보다는 지연, 혈연 등을 따지기 때문에 선거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조합장 선거때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의 골이 생기는데다 대의원들이 뽑는 이사, 감사 선거에서도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해 선거를 잘못 치른 농협일수록 후유증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차기 조합장을 노리는 예비 후보들이 현 조합장의 상대로 조합원을 사주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등 농협경영의 발목을 잡는 사례들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운석.강병서.이희대.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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