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현안 외면 반성합니다"

입력 2004-02-11 13:52:13

국민들이 '국회가 없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서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굵직한 현안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제식구 감싸기와 정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난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해 '찬성'이 당론이었다.

그러나 FTA에 대해 농촌 출신 의원들이 극렬 반대하자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뒷짐을 졌다.

파병안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국방위만 통과하면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반대하는데 우리가 나서 뭇매를 맞을 필요가 없다"며 수수방관했다.

열린우리당은 여당인지 야당인지 헷갈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정동영(鄭東泳) 당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 투톱체제가 삐걱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 의장은 당대표 회동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라크 파병안 처리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반면 김 대표는 파병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투톱이 의견을 맞추지 못하자 의원총회에서 파병안 처리 반대의견이 강하게 대두됐고, 무책임에 대한 비판 목소리 속에서 처리 연기로 당론을 정했다.

우리당 의원들 일부는 "여당 지도부라면 국익을 우선시해야지 소신을 내세워서는 안된다"고 김 원내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도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조 대표는 "의정생활에서 한번은 정치적 생명을 내던지고 국가 이익을 위해 용기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FTA에 대한 찬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김옥두(金玉斗)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농촌출신 의원들이 FTA 반대 최전선에 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를 계기로 조 대표는 지도력에도 훼손을 입었다.

무기력한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13일 두 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한나라당 홍 총무는 10일 "어제 국회는 참으로 면목없는 하루였고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민주당 조 대표도 회의에서 "자괴감을 느낀다"라며 반성했다.

우리당 김 원내대표는 "13일 늦어도 16일까지 (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물러섰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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