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만에 "빛나는" 중학교 졸업장

입력 2004-02-11 11:03:32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있겠습니까. 여생을 다하는 날까지 애국심으로 살 것입니다".

6.25 한국전쟁 발발후 2달만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까까머리 중학교 2학년생이 반백의 할아버지가 돼 중학교 졸업장을 12일 모교인 대구중학교에서 손에 쥐게 된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향교 장의로 있는 김병찬(71.사진)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대구중학교 2학년 재학중 한국전이 일어나자 '집안의 장남이니 조용히 지내라'는 부모만류도 뿌리치고 학도병으로 지원했다. 2달동안 간단한 기초군사교육만 받고 바로 전투에 투입된 김 할아버지는 이후 40개월간 군에 복무하며 영천과 원주, 춘천전투 등에서 맹활약을 펼쳤다고 했다.

처음엔 군번도 없이 생사 기로를 넘나들며 8사단 21연대, 포병대 26대대 등에 배속됐다가 제대 직전 늑막염을 앓게 되면서 23육군병원에서 일등중사(당시 계급)로 제대했다는 김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입대할 때 부모의 뜻을 저버린 것은 죄송하지만 나라가 그 모양인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애국심에 총을 들 수 밖에 없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하고 "지금도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각종 애국강연 등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 6.25참전 기념사업회 감사로도 재직중인 김 할아버지는 "학교를 제대로 다녔다면 1952년도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어야 했는데 50여년만에 졸업장을 손에 쥔다니 가슴 벅차다"며 "12일 모교인 대구중학교 졸업식때 손자뻘되는 후배들 옆에 서서 명예졸업장을 받으면 '만세'라도 외칠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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