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지은 아버지 윤근씨 지하철사고 딸 일기 책 발간

입력 2004-02-11 11:26:49

대구지하철참사로 희생된 딸의 아버지가 딸의 일기장과 친구들의 글 등을 엮어 책을 냈다.

대구지하철참사로 숨진 고 윤지은(당시 25세.사진)의 아버지 윤근(58.대구 북구 산격3동)씨가 참사 발생 1주년을 기념해 펴낸 '아빠! 우리 나비집을 지어요'가 바로 그 책.

이 책은 지은씨가 초등학교 2~6학년 때 쓴 일기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중학교 이후부터 대학교 학창시절까지 그가 노트에 남긴 메모, 은사인 대구대 수학교육과 대학원 오영선 교수의 조시, 친구들이 인터넷 등에 남긴 추모 글, 윤근씨의 비통한 심정 등이 덧붙여졌다.

책에 실린 일기는 아버지 윤씨가 딸을 잃은 뒤 사고 수습에 정신없이 매달려 있다가 뒤늦게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것이다.

윤씨는 "딸의 어린 시절 일기장을 읽으면서 부모와 형제에 대한 딸의 사랑과 착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제목 '아빠! 우리 나비집을 지어요'는 지은씨가 어린 시절 말을 배울 무렵 아버지와 대화한 내용을 녹음해 뒀는데 그 중에서 발췌했다.

윤씨는 "책을 내는 것 자체가 부모의 괜한 욕심에 따른 것이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가정 파괴 현상이 심각한 요즘 세태에 가족사랑과 친구들에 대한 우애의 마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딸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500쪽 분량인 이 책을 1천권 발간해 대구지역 초등학교에 한 두 권씩 무료 배포키로 했다.

지은씨는 지난해 2월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신천역에서 1080호 전동차에 탑승, 중앙로역으로 향하다 변을 당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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