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어린이들도 큰 사고를 당하면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그 충격은 성장 과정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치고요. 어른들보다 세심한 배려와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부터 사고 희생자 유가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캠프'를 마련하는 등 활발한 상담치료 활동을 펼쳐 온 영남이공대 간호과 김후자(金厚子.60) 교수는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지하철 시설 보완과 새로운 구난 시스템 마련만큼이나 사고 희생자 유자녀에 대한 행정 당국 및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가 그 어느 누구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참사 유가족 어린이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당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 영남지부 회원들과 함께 유가족들이 모여 있던 대구시민회관에 자원봉사를 나가면서부터.
"사망자 확인과 실종자 발굴 작업에 참여하느라 어린애들을 아무도 돌볼 사람 없이 그냥 집에 남겨두고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매일 같이 생활하던 부모나 형제가 갑자기 사라짐으로써 그들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셈이죠. 그 애들로 하여금 갑작스런 이별을 현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 교수는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한 이야기 상담활동을 벌이던 서울내러티브연구소와 함께 희생자 유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김 교수의 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일부 유족들이 어린이 명단파악에조차 제대로 협조해 주지 않았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별과 함께 쓰는 이야기 캠프'라는 이름의 첫 행사를 연 것은 지난해 8월.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상담치료 프로그램에는 26명의 희생자 자녀들이 참석해 미술치료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문화관광부의 후원과 학교측의 지원이 있었지만 김 교수 사비도 100여만원이 들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여름캠프'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억에 물든 가을 소풍'이란 주제로 아이들을 다시 모아 즐기도록 했다.
지난달 말에도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심리적 충격과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참사의 충격으로 우울해하던 아이들이 놀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등 갈수록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교수는 "어렵지만 힘 닿는 데까지 계속 지하철 참사 희생자 어린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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