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비용.저효율 중국 유학

입력 2004-02-11 09:10:19

올해 들어 부쩍 중국 붐이 일고 있다.

거슬러 가보면 한.중수교 이전에 한국인들은 홍콩에서 북경을 거쳐 백두산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면서 중국 동포들과 얼싸안고 감격했다.

이후 한국기업이 물밀 듯이 중국에 들어 왔고 이어 중국유학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우리 유학생이 많이 사는 거리에 나가 보았다.

최근 달라진 풍속도가 중국사회 변화에 따라 이곳도 많이 변해있다.

십수 년 전 북경공항에 내렸을 때 우리가 수천 년 이래 중국 땅을 이렇게 당당히 밟아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자부심을 가진 때가 생각난다.

반공시대를 살아온 필자에게는 그래도 사회주의 중국이 두려웠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은 달랐다.

그 당시에도 그들은 그 오랜 세월의 간격을 쉽게 뛰어 넘었으며 외국인 학생들과 중국학생들 사이에서 지난날의 아픈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중국이 문화혁명을 거치던 시기에 우리는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만약 같은 시기에 중국과 손으로 만드는 수출경쟁을 했더라면 우리의 오늘이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면 하늘이 우리를 도운 것이라 생각된다.

당시 중국진출은 가이드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조선족과 과거 대만에 유학한 일부 한국인들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한중양국이 이렇게 빨리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조선족의 역할이 매우 컸다.

중국에 일본족이 없는 일본과는 접근양상이 달랐던 것이다.

이제 그 역할을 우리의 유학생들이 담당해야 할 시기가 왔다.

90년대 중반 중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한 젊은이는 지금 한창 건설 붐이 일어나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에 열중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韓流)바람에 한국아파트풍이 뜨고 있다한다.

중국인 집에 한국식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였지만 중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중국에 와서 천신만고 끝에 현재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 학생들에게 중국어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오죽하면 동성로 거리에서 노는 것보다 중국 가서 놀면 중국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중국에서 공부하고 중국 학생들도 한국에서 공부하는 일을 도아 왔다.

특히 한국에서 공부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에게 공부환경을 바꾸면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중국이 외국인에게 주거제한을 풀었고, 한국학생들이 대거 학교 기숙사를 탈출하면서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이곳의 모 한국 언론에 중국 유학생의 실태를 보도한 적이 있다.

당연히 항의 기사가 빗발쳤으나, 일부 학부모들은 상당히 동의하는 내용도 실렸다.

어학연수비 및 대학 등록금이 적지 않은데다 학교 밖의 아파트 임차비용 또한 만만찮다.

유학생 밀집지역의 유흥가는 밤새 흥청댄다.

유학생활의 고독은 한국 학생들 간의 유대를 더욱 밀접하게 하고 있다.

유학생을 상대로 갖가지 편의 시설이 등장하고 조선족 아줌마가 식사를 책임진다.

게다가 부모의 간섭이 없다.

참 좋은(?) 환경이다.

아무래도 공부하기가 제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수한 성적보다 정말 우스운 성적으로 학업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

90년대 초 한국 유학생들은 학교 안의 기숙사에만 있었다.

밖에 나가도 불 켜진 곳은 호텔정도가 전부였다.

공부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의 외국 유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이 여러 면에서 가까울 수 있는 나라중의 하나가 한국이며 그들의 경제성장도 한국 발전과정을 많이 참고 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점점 갈수록 부정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저돌적으로 중국에 진출하여 큰 낭패를 본 것 같이 중국유학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지금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쇄도하고 있고 할일도 너무 많다.

당연히 많은 인재가 요구된다.

그 역할은 이제 우리 유학생들의 몫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치료 대상은 우리의 정치만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만 탓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나라 만들기는 역시 교육에 있고 이제는 나라 밖의 교육에도 신경 쓸 때가 왔다.

우리 수출의 최대 상대국이 중국인데 우리는 그들 유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었던가를 생각할 시점이며, 체계적이고도 효율적인 유학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홍욱 대구가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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