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美상륙 40주년..변치 않는 열기

입력 2004-02-09 10:53:04

60, 70년대라는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대표한다고 불러도 좋은 영국 출신의 팝 그룹 비틀스가 상륙한 지 40주년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는 다시금 '비틀스 신드롬'이 일고 있다.

수많은 기념행사들이 계획돼 있고 신문과 방송들도 앞다퉈 특집을 내고 있다. 아직도 TV를 통해 비틀스를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는 많은 비틀스 팬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비틀스가 미국 팬들에게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64년 2월9일 유명 TV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 쇼'를 통해서였다. 이미 '너의 손을 잡고 싶어(I Wanna Hold Your Hand)' 등의 히트곡들을 통해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비틀스의 출연은 당시 전 미국 인구 가운데 40%인 7천400만명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비틀스는 소녀 팬들의 광적인 외침 속에서 '그녀는 너를 사랑해 (She Loves You)'와 '그녀가 거기 서있는 것을 보았네 (I Saw Her Standing There)' 등 5곡을 불렀다. 다음날 비틀스는 이미 '시대적 현상'이 돼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특집기사에서 "암살이나 기습공격 등이 연루되지 않고서도 엄청난 충격을 안긴 현대사의 몇 안되는 사건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비틀스의 공연이 '문화적 전환점'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가장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스타일'에서 로큰롤 음악의 마케팅 방식이나 록음악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변화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규정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비틀스는 '에드 설리번 쇼' 이후 '예스터데이(Yesterday)'나 '렛 잇 비(Let It Be)' 등 전설적인 히트곡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전성기를 누리는 듯 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멤버간의 갈등, 특히 리더격인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반목으로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1966년 이후 함께 공연을 하지 않은 비틀스는 1971년 마침내 공식적으로 해산을 발표했고 그 후에는 열화와 같은 팬들의 재결합 요구에도 다시는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각자 솔로 또는 새로 결성한 그룹을 이끌고 활동하던 비틀스 멤버 가운데 레넌은 1980년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던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한 광적인 팬의 손에 암살됐다. 역시 광적인 팬의 습격을 받아 크게 다치기도 했던 조지 해리슨은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제 60대에 불과한 멤버 가운데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만 살아남아 이제는 팬들이 아무리 간절히 원하더라도 비틀스의 재결합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됐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비틀스의 미국 상륙 4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통해 이들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TV·라디오 박물관은 6일부터 비틀스 회고전을 열고 전성기 때의 사진과 방송 인터뷰 등 자료를 전시, 방영한다.

는 8일 저녁 거행되는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도 비틀스의 미국 진출을 기념하고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된다. 이 행사에서는 남자가수 스팅을 비롯해 15명의 역대 그래미상 수상자들이 비틀스에 바치는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비틀스 팬으로 구성된 미국 상륙 40주년 기념 행사위원회 'FAB ('굉장한'이라는 뜻) 40'은 7일 레넌의 동상이 있는 맨해튼 센트럴 파크 내 '스트로베리 필드' 등 비틀스의 발자취가 어린 뉴욕의 관련 지역 탐방행사를 비롯해 갖가지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비틀스의 '에드 설리번 쇼' 출연 장면을 되살린 '비틀스가 출연한 에

드 설리번 쇼 4회분 전편'과 '비틀스-첫 미국 방문' 등 몇몇 DVD도 출시돼 팬들의 '비틀스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비틀스가 해체된 지도 30년이 넘었지만 지난 2000년 발매된 히트곡 모음집 '원(One)'이 전세계 35개국에서 음반 판매순위 1위에 올랐고 2천6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비틀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원' 발매업체인 캐피톨 레코드에 따르면 이 앨범 구입자 가운데 42.5%는 '에드설리번 쇼'에 비틀스가 첫 출연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30세 미만이어서 비틀스에 대한 사랑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연합뉴스)

사진 : 1967년 6월 1일 런던에서 열린 한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비틀즈의 멤버들. 왼쪽부터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존 레넌(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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