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재즈리듬에 절로 "댄스 댄스…"

입력 2004-02-07 15:52:50

스윙과 사람

금관악기와 드럼이 주를 이룬 신나는 재즈선율이 지하 바에 가득히 울려퍼지고 청바지에 운동화 등 캐주얼한 차림새의 젊은이들이 흥겹게 스텝을 밟기에 여념이 없다.

엉킬 듯 엉키지 않는 절묘한 스텝이 풍성하고 화려한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간다.

"스윙 댄스는 스윙재즈 리듬이 가진 특유의 율동감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 절반입니다.

'쿵짝' 리듬에 맞춰 몸을 맞기다 보면 어느새 스윙 스텝이 익숙해지죠".

'스윙과 사람'(cafe.daum.net/swing23.이하 스사)은 2002년 2월 결성된 대구 유일의 아마추어 스윙동호회.

현재 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정상태(34.북구 구암동) 씨를 주축으로 함께 댄스스포츠를 배웠던 친구들 몇 명이 스윙댄스를 공부해보자고 합심하고 시작한 것이 동호회의 시초였다.

동호회 개설 2년이 다가오는 지금은 온라인에서만 650여명이 활동 중에 있고 6주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한 기에 30여명씩을 배출하는 오프라인 댄스 강습은 벌써 11기 수강생들이 스텝 밟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스윙댄스는 일견 생소한 장르로 들리지만 알고 보면 우리에겐 꽤나 친숙한 장르다.

흔히 '지루박'이라고 부르는 춤이 스윙댄스의 한 분야인 바로 '지터벅'.

스윙은 1930년대 미국 뉴욕 할렘가를 휩쓸었던 재즈 음악의 한 장르로 흑인들의 '흔들거리는(swing)' 걸음걸이를 흉내내듯 연주한 음악이다.

이 스윙재즈의 8박자 선율에 맞춰 개발된 춤이 바로 스윙댄스. 1980년대 중반 복고 열풍을 타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스윙댄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익숙한 곡으로는 작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주제곡 '썸웨어 비욘드 더 시(Somewhere Beyond the Sea)'가 있다.

정 회장은 "서울쪽에서는 스윙 인구가 많이 증가해 동호회 숫자가 30여개에 달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아직 생소한 장르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처음 동호회를 시작할 때는 강사조차 구할 수 없어 매주 주말 서울까지 가서 댄스를 배워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삼고초려'의 지극정성을 기울인 이들의 노력에 감복해 한 강사가 대구까지 6주간 출장 강습을 해 준데다 각종 스윙댄스에 대한 책자와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부지런히 연구한 끝에 지금은 정 회장이 직접 회원들의 강습을 맡아 스윙댄스 전도사로 나설 정도가 됐다.

'스사' 회원들의 춤바람이 부는 곳은 중구 동인동에 있는 한 라틴바다.

매주 3차례 바를 빌려 스윙댄스를 배우고 있다.

매주 화요일엔 중급용 스윙댄스 강습이 토요일 밤에는 초급자를 위한 스윙댄스 강습이 개설돼 있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스윙댄스를 즐길 수 있다.

목요일 저녁에는 '스윙댄스 마니아'들이 모여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스윙댄스에 대한 연구모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살사 같은 라틴댄스는 동작이 에로틱한데다 복장도 야해 솔직히 부담스러웠는데 스윙은 익숙한 음악에 편한 복장으로 즐길 수 있어 쉽게 빠져 들었어요".

8개월째 '스사' 활동을 하고 있는 황성규(34.중구 동인동)씨는 "매일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직장동료에게 이끌려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후 스윙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했다.

스윙댄스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들. 화려한 옷이나 별도의 준비물도 필요하지도 않아 편리하고 이 때문에 어느 장소에서든 연령대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춤이라는 얘기다.

또 4분의 8박자,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4박자 음악이라면 어떤 음악이라도 절묘하게 춤과 맞아 떨어진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어 회원들은 가끔 트로트 음악에 맞춰 춤을 연습하기도 한다.

'스사' 회원들은 단지 춤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매개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동구 반야월에 있는 일심재활원을 찾아 정신지체아들과 함께 춤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작지만 보람찬 봉사활동의 결과로 작년말 자원봉사문화센터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직장인들이 많은 관계로 자주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춤을 통해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

같이 활동하는 회원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단순 동작으로만 안무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따라하며 즐거워한다"고 했다.

지난해 모두 10여 차례의 공연을 가진 '스윙과 사람' 동호회 회원들. 연말에는 국채보상공원에서 제야의 종 타종이 있은 뒤 길거리에서 즉석 공연을 펼쳐 주위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U대회 길거리 퍼레이드, 밀리오레 앞 가설무대 공연 등을 통해 스윙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던 이들은 "올해는 더 많은 공연을 통해 대구 시민들에게 스윙댄스의 마력을 전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유로운 변조를 특징으로 하는 재즈음악. 거기에 어우러진 춤바람 인생을 살고 있는 '스사' 회원들.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나눠주며 살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