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大學의 '선택과 집중'

입력 2004-02-06 15:47:38

우리나라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 처방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학에 다시 진학하는 경우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지구촌 어느 곳에도 유례가 없을 만큼 치열하고 복잡한 대학 입시를 치르고도 4년이라는 세월과 막대한 교육비를 낭비한 뒤 취업을 위해 U턴을 감행하는 행렬이 길어지기만 한다는 건 대학 교육의 취약점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공 부적응증, 오직 시험점수에 따른 '한 줄 세우기', 사회 활동과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대학 교육의 질과 내용이 빚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명문대학이 많은 홍콩 대학가에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통.폐합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대학별 기능에 맞춰 학과.과정을 줄이거나 폐지하고, 연구 기능도 대학별로 통합,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그래서 요즘 홍콩 대학들의 최대 화두는 '분공(分工)' 즉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별 집중 분야도 못박고 그 전략에 소홀하면 경비 10%를 추가 감액하려 할 정도다.

▲홍콩의 8개 대학은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립이므로 정부 예산이 지난해보다 3, 5% 줄어 총장.학장.교수들이 모두 '연구비 끌어오기 전쟁'에 나섰다고도 한다.

특히 '선택과 집중'에 가장 먼저 나선 90년 전통의 홍콩대는 신규 채용 교직원의 급여를 5%에서 최고 27%까지 줄이고, 기존 교직원에 대해서도 종신고용제라는 '철밥통'을 없애기로 할 지경으로 살아남기 전략이 치열한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4년제 대학을 차치하더라도 전문대학의 위기는 실로 심각하다.

대구.경북 지역 전문대학들은 대부분 이번 입시에 추가모집을 해도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교직원들이 신입생 유치에 발을 벗고 나서고 있으나 자원이 바닥나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으며, 일부 학교들은 1, 2년 안에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전원 장학금 지급, 해외연수 등 온갖 유인책을 써도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들이다.

▲홍콩 대학들의 자구책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대학들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가지려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학벌주의로만 치닫는 사회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들이 여전히 백화점식의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대학으로 U턴하는 행렬이 날로 길어지지만, 전문대학의 위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 우리의 대학 교육은 '안팎 곱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학의 특화와 경쟁력 키우기는 모든 대학들의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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