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씨 빚 80억 지고도 사치생활"

입력 2004-02-06 08:29:01

'653억원 모금'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사돈 민경찬(44)씨가 짓지도 않

은 병원의 원장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왔고 현재 빚이 80억원에 이르는 것

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6일 모 부동산업자에게 "이천중앙병원 식당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5억

3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민씨에 대해 구

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일단 '650억원 모금' 주장의 실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고 있지만 이

또한 민씨가 이천중앙병원 구입자금을 450억원이라고 예상한 데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상일 뿐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압수한 민씨의 일기장 메모 등을 근거로 민씨에게 투자했을 가

능성이 있는 참고인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지만 5일 밤까지 투자자를 확인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민씨가 실제로 누군가로부터 돈을 모금했거나 최소한 투자약속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는 현재 빚이 80억 원에 이르고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수

원에 있는 아파트에까지 채권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청와대와 친분이

있다고 내세웠지만 사실은 골칫덩어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 투자자가 있거나 최소한 투자 약속을 한 이들이 전혀 없었다

고 예단할 수는 없는 만큼 확인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경찰은 특히 민씨가 잇단 사업실패 등에도 불구하고 호화스런 생활을 해온 것으

로 보고 추가 사기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는 대출을 받아 2002년 초 경기도 김포 주택가 부근에 푸른

솔병원을 세웠다가 경영난에 빠지자 곧바로 이천시에 5층 건물을 소유한 이모(43)씨

를 설득해 10층 규모의 이천중앙병원 설립계획을 추진했으나 이 마저도 지난달 이천

시청의 건축허가 신청 반려로 실패했다.

민씨는 또 지난해 7월 보증금 5천만원.월세 400만원에 서울 서초동 S빌라 2층

사무실을 얻은 뒤 호화가구로 치장해놓고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

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민씨는 이 사무실에서 '중앙병원 면접자는 올라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는가 하면 아예 '이천중앙병원 원장 민경찬'이라는 명함을 만들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민씨 사무실에 드나드는걸 목격한 BMW 승용차도 민씨가 구

입대금 1억2천만원을 나눠내기로 하고 2천만원만 낸 채 압류당한 상태에서 몰래 몰

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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