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경제성장과 후진타오 당총서기의 능숙한 외교 솜씨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20세기 줄곧 적대적 국가로 긴장관계에 있던 이들 두 나라의 친밀화는 표면적으로는 경제협력이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내면적으론 세계의 리더로 부상하는 중국의 견제라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강화는 우선 중국과 일본의 시베리아 원유 확보전에서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일본의 손을 들어준 데서 분명해 졌다.
지난해 5월 푸틴은 러시아를 방문한 후진타오에게 시베리아 원유의 송유관을 앙카르카스에서 중국의 다칭(大慶)까지 건설키로 약속, 중국의 안정적 석유확보를 보장했다.
▲그러나 같은 달 러시아를 찾은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시베리아 석유개발과 러시아 동북부개발에 15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지원 및 차관제공을 제의하자, 푸틴 대통령은 느닷없이 앙가르스크 유전 송유관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딴청을 부렸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미하일 카시아노프 러시아 총리는 도쿄를 방문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회담을 갖고, 일본에서 추진중인 앙가르스크~나홋카 송유관 건설이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 안정에 중요하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원유의 안정적 확보는 중국이나 일본 두나라 모두 나라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과제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석유소비 2위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지속적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조건이 됐으며, 일본도 12기의 원자력발전소 문을 닫고서부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오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이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 뒤집기에 성공한 데 이어 러시아와 사할린 가스 장기공급 협약까지 체결하자, 화가 난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일본에 공급했던 다칭유전 석유의 값을 대폭 인상, 사실상 공급계약을 파기할 움직임이다.
▲러.일전쟁 이래 쌓인 양국간의 적개심, 일본 패망후 구 소련에 빼앗긴 쿠릴 열도 반환분쟁으로 지금까지 소원했던 양국이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의 대러시아 무역은 지난 한해 동안 25%나 급증, 55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의 600억달러, 중국의 1천300억달러에 비하면 크게 뒤지지만, 경협이 확대 일본이 자동차 화학 기계분야에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비약적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경제동물 일본, 교활한 곰 러시아의 협력 관계가 어느정도 진전될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어느 전문가의 지적대로 100년전 동북아시아 지배를 위한 파워 게임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보기 안쓰럽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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