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 '태극기 휘날리며' 시사회장은 한국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지난 1999년 난데없이 '쉬리'를 들고나와 막대한 물량과 웅장한 스케일, 대규모 배급과 흥행이라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강제규 감독이 5년 만에 다시 새로운 전설을 창조한 느낌이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라는 배경 속에 그려낸 진한 형제애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안겨줬다는 호평을 받는 등 감독의 의도대로 '한국영화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듯했다.
"역시 147억은 들여야 이 정도 전투신을 만들 수 있구나". '태극기…'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스케일 큰 사실적인 전투신. 생생한 폭발음과 함께 바로 옆에서 튀는 것인 양 착각이 들 정도의 파편과 흙들은 심하게 떨리는 카메라 앵글에 잘 맞춰져 한편의 전쟁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했다.
"왜 우리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전쟁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듯하다.
포연이 뒤덮인 전장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포탄에 맞아 튀어 오르는 흙, 돌, 그리고 떨어져나가는 살점들... 게다가 그동안 한국전쟁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배달의 기수식 '딱콩' 총소리는 사라지고 실제에 가까운 할리우드식 총소리의 등장은 반갑기만 했다.
또 여기저기 복선을 깔아둠으로써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탄탄한 줄거리 전개는 감독의 연출력을 새삼 감탄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감독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심취해서일까. 시작과 끝부분이 왜 그렇게 비슷하게 느껴졌을까. 진태(장동건)가 죽는 장면에서 '플래툰'이 연상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그런 조그만 아쉬움은 배우들이 단번에 날려버린다.
배우 12년차인 장동건이 인기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가 '친구'에서 광기어린 눈빛을 보여줬다면 '태극기…'에서는 빛과 어둠, 두 가지 면을 다 보여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두밀령 고지에서 원빈과 싸우는 장면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원빈도 도입부에는 장동건에 밀려 허덕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연기가 살아난다.
이제는 '꽃미남'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어도 되지 않을까. 조연 연기자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특히 전쟁영화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삭막함과 건조함에 한줄기 비를 뿌리는 공형진의 코믹함은 끝까지 늦출 수 없었던 긴장을 잠시나마 풀어준다.
너무 빨리 시야에서 사라져 아쉽지만. 또 아쉬움이 있다면…. 연기라면 한 연기하는 이은주와 최민식의 역할이 너무 작았던 것은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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