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점령한 여성들 '복싱에어로빅' 삼매경

입력 2004-02-05 09:20:32

'복싱은 아무나 하나(?)'.

3일 오후 7시 대구 달서구의 성서복싱체육관. 도무지 복싱글러브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뚱뚱이 아줌마에서부터 20대 회사원, 여대생, 초중고생들이 남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낸채 체육관을 호령(?)하고 있었다.

스텝을 바꿔가며 팔을 뻗거나 주먹을 감아 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붉은 복싱글러브를 낀 12명의 여자들은 복싱 에어로빅 '삼매경'에 푹 빠져 있었다.

주먹을 앞으로, 발은 옆으로 쭉쭉 뻗으며 가뿐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샌드백을 치는 것도 아닌데 금세 숨을 헐떡이고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경력이 오래 된 여성들은 '퍽! 퍽!' 소리를 내며 연신 코치의 미트를 때려 땀으로 범벅이 돼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멈출 기세가 없다.

2년여 전부터 바람불기 시작한 복싱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성서복싱체육관 100여명의 회원 가운데 여성만 30여명. 대구시내 20여개 복싱체육관과 헬스클럽에는 복싱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 좀 과장하면 사각 링의 주인공이 바뀐 듯한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남성들이 눈치를 보면서 체육관 문을 두드려야 할 정도가 됐다.

이에 맞춰 남자들의 땀 냄새와 어두운 내부 분위기를 연상케 했던 복싱 체육관들이 여성들 취향에 맞춰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여성들의 관절보호를 위해 특수 매트 등을 깔고 내부 장식과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됐다.

직장인 안모(29)씨는 "운동 두달만에 몸무게가 15㎏ 줄고 팔, 다리 등에 군살이 빠져 나 자신도 놀랐다"며 "샌드백을 치고 스파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주부 정미숙(42)씨는 "어떤 운동보다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 복싱은 뱃살이 가장 먼저 빠지고 펀치도 날릴 수 있어 스트레스해소에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복싱 예찬론을 폈다.

여성들이 복싱과 가까워진 것은 복싱의 힘찬 움직임과 에어로빅의 부드러운 율동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만난 '퓨전 복싱'이 개발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신개념 복싱프로그램의 하나인 복싱다이어트는 복싱의 3대 기술인 팔을 곧게 뻗는 스트레이트와 각을 이룬 채 치는 훅, 위로 올려치는 어퍼컷, 그리고 복싱 특유의 경쾌한 기본 스텝이 기존의 에어로빅과 어우러진 것.

이에 따라 취미와 살빼기, 건강증진, 호신술을 위해 남녀 구분없이 노인이나 청년, 어린이까지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운동을 했다가 글러브를 낀 여성들은 복싱이 짧은 시간내에 체력소모가 많은 유산소 운동이어서 살빼기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상후 성서복싱체육관 관장은 "복싱과 복싱에어로빅은 일반 에어로빅에 비해 스텝과 동작이 단순해 쉽게 배울 수 있으면서도 운동량이 많은 유산소 운동이어서 짧은 기간에 확실한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에게 권할만하다"고 말했다.

복싱을 시작했다고 바로 미트나 샌드백을 치는 것은 아니다.

각 단계마다 많은 운동을 소화해야 한다.

러닝머신에서부터 줄넘기, 스텝밟기, 주먹뻗기, 샌드백치기 순으로 진행한다.

상체운동은 1단계 잽, 2단계 원투, 원투 훅, 3단계 원투와 어퍼컷 등 다양한 컴비네이션 동작을 한다.

하체 운동은 스텝으로 1 단계는 걷고, 2 단계는 가볍게 뛰며 3 단계는 걷고 뛰는 혼합스텝으로 모든 스텝은 전진과 사이드, 백스텝으로 엮어진다.

미트와 백을 치는 동작 말고도 무릎과 허리 반동을 이용, 위핑과 더킹, 디펜스 방어동작을 통해 운동량을 높이고 뱃살 등 부분 군살까지 제거해준다.

복싱 에어로빅은 운동 30분 전에 달리기, 줄넘기 등 몸 풀기, 1시간 동안의 에어로빅, 20분 정도의 스트레칭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복싱다이어트는 복싱 에어로빅 뿐만 아니라 에어로빅과 복싱, 태권도를 결합한 태보, 에어로빅에 복싱, 태권도, 킥복싱을 합친 보디킥(콴도) 등 체육관 특성에 따라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헬스클럽의 경우 에어로빅이 중심이 된 복싱 다이어트를 일반 헬스와 함께 할 수 있고 권투 체육관에서는 에어로빅은 물론이고 복싱의 기본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

훈련비는 월 7만~8만원선.

회사원 김미정(23)씨는 "복싱 다이어트에 도전한 여성들 중에는 2~3개월만에 5 kg 이상 몸무게를 줄인 경우도 많고 몸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돼 생활에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자랑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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