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이공계의 길은 밝다

입력 2004-02-05 09:20:52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나는 만족하는가?" 그 답은 내 삶에 있어 만족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기준에 무관하게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회 속에서 살기 때문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우리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곧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기여를 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이며 그 대답이 "예"라면 그 일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다.

그것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내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과 현상을 유지하는 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조직과 질서를 파괴하는 일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현상을 유지하는 일의 경우는, 특히 그것이 반복적인 일을 거듭하는 경우에는 일 자체에 싫증이 나기 쉽다.

반면에 창조적인 일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 자체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공계의 길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끊임없이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는 도전에 응전하는 삶을 산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쉽지 않은 고생의 길 같지만, 제한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을 보람되게 사용할 수 있고 일 자체로부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길이다.

그러면 이공계 길의 안정성은 어떠한가?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 직업의 종류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소극적인 생각이다.

어떤 직업에 안정성이 높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나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 할 수 있다는 말이고, 그 일은 창조성이 결여되어 싫증이 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업에 대한 안정성을 직업의 종류에서 찾으려는 소극적인 생각 보다, 어느 분야든지 간에 자신의 능력 (capability)을 향상시킴으로써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 사회 혹은 조직에서 자신이 필요한 존재로 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계발시켜 나가야 한다.

이처럼 자신을 경쟁력이 있는 존재로 만드는 한, 직업에 대한 안정성은 그 만큼 높아지고, 뿐만 아니라 일로 인한 보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상을 유지하는 일에 비해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가 쉽다.

이는 창조적인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 기술적 가치를 계속 높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상을 유지하는 일은 자신의 기술적 가치가 정지해 있는 경향이 많은데 이 때문에 안정성에 있어서 오히려 위협을 받기가 쉽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수록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의 만족도에서 중요한 사항이 있다.

그것은 일에 대한 자신의 적성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과 사회 환경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고 있는 면이 많다.

최근의 사회 환경은 자신의 적성을 살려 그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는 것을 과거보다 더욱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환경은 (특히 고등학교 까지)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삶이 무시된 채, 적성보다 수능 점수가 대부분의 인생 진로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도록 모든 교육의 목표가 집중되어 있다.

당연히 높은 수능 점수에 해당하는 학과에 대한 관심은, 엄밀하게 각 개인의 적성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것이기 보다는, 현 사회의 외형적 추세에 휩쓸려 가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아무리 외형적인 성취를 이룬다고 해도, 각 개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한, 결국 진정으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가 글로벌화 해 갈수록 이공계에 대한 전망은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원과 경제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에서 발전한 많은 변화는 기술 개발에 근거를 둔다.

우리가 현재의 기술에 머문다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급속한 퇴락을 피할 수 없다.

앞서 가는 선진국이 더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앞날에 이공계의 길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우리 민족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잠재력이 높은 민족이다.

따라서 현명한 젊은이들이 적성에 맞는 이공계의 길을 선택하여 자신의 능력을 계발해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다.

또한 우리의 능력과 포부를 세계로 까지 펼쳐 갈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제정호 포항공대교수.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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