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거혁명은 지방에서부터

입력 2004-02-05 09:20:52

선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각 정당은 공천 심사 작업에 여념이 없고, 엊그제 발족한 2004 총선 시민연대가 오늘 1차 낙선대상자 명단을 발표한다.

그런데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 당이 벌이는 총선 전략의 결과가 어떤 구도로 정계를 개편할지 국민의 관심은 비상하다

팽팽한 세 정당은 서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투지가 결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흥청거리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정당 관련자들의 표정에선 예민한 가운데 오히려 신중함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4월까지 이어지면 정말 새로운 공명 선거의 혁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선거 분위기가 이렇게 안정감을 주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다.

무엇보다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지 않았고, 정당들의 공천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대선자금과 경선자금을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가 아직 활발히 진행중이다.

십수 명의 현역 의원이 구속돼 구치소에서 원내 교섭단체가 구성될 수 있을 정도란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버젓이 돈을 뿌려댈 강심장의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회복될 기미없는 불경기의 침체된 흐름이 총선판에 이어지는 영향도 조금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다시 시작하는 낙천·낙선 운동과 각 당의 여느 때완 다른 비장한 공천 심사 태도라고 하겠다.

그동안 낙천·낙선 운동은 마치 불법 운동인 것처럼 오도되었다.

일부 정당과 언론이 그렇게 고의적으로 몰아댔기 때문이다.

먼저 분명히해 두어야 할 일이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낙천·낙선 운동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하면서 수반되는 운동의 수단이나 방식이 선거법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물론 4년 전의 낙선운동은 운동의 일부가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되어 하급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그 유죄 부분도 부패하고 무능한 우리 정치 현실에서 불가피한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평가됐다.

이제 낙천·낙선 운동은 과거 단순한 공명선거 캠페인에서 벗어나 정치 개혁을 선도하는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무조건 반발하거나 백안시하던 정당들도 이젠 낙천후보 대상자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당내 공천 심사를 낙천운동 하듯이 철저히 하지 않으면 새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고, 구태를 완전히 탈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을 공통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낙천·낙선 운동도 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 설정과 평가 작업을 거쳐 신뢰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성향의 단체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단체들이 각 지방별로 낙천·낙선 운동과 유사한 유권자 운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총선을 앞두고 확정된 후보자들의 객관적 정보가 상세하고 다양하게 드러나게 된다.

아울러 그 정보에 대한 유권자의 접근도 한결 쉽게 된다.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으면 저절로 희망이 생긴다.

우선 선거구별로 후보자 개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기를 알릴 필요가 적어진다.

선거운동 기간이 길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선거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선거에 지는 데도 큰 돈이 든다.

후보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선거를 일삼을 때 있었던 일이다.

이제 또 한번 선거를 맞아 부패 정치를 청산해 볼 기회다.

먼저 부정한 돈에 의한 부패 정치부터 몰아내야 무능한 정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부패 선거를 막지 못하면, 앞으로 4년 동안 개혁된 새 정치를 구경할 수 없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사회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희망과 목표를 이루는 데는 무엇보다 각 지방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국회는 서울에 있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에서 행해진다.

모든 국정의 중심이 아무리 중앙에 집중돼 있다 하더라도, 후보자의 한 걸음과 유권자의 한 표는 지방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진정한 유권자의 선택에 의한 선거 혁명은 지방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낙천·낙선 운동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지방에서 제대로 뽑은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인 한 명이 새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된다.

차병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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