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맨손 진화 용감한 시민들

입력 2004-02-03 13:51:26

"소방차나 소방헬기가 급히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맨손으로라도 진화에 나서야 했습니다".

지난 1일 새벽 팔공산 갓바위 아래에서 발생한 산불(본지 2월2일자보도)은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초기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 0시30분쯤 대보름을 맞아 친구와 함께 야경을 찍으러 팔공산 갓바위 등반에 나선 박기덕(26.동구 봉무동)씨에 따르면 산불을 발견한 등산객들이 힘을 모아 '맨주먹 산불진화'에 나섰다는 것. 이날 일어난 팔공산 화재는 박씨를 포함, 6명의 일일 시민소방관 덕분에 낙엽수 3그루 등 임야 15평 가량만 태우고 10여분만에 꺼졌다.

박씨는 "최초로 산불을 발견한 한 40대 중년 남자가 119에 신고를 했지만 '밤에는 소방헬기가 출동할 수 없고 그곳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절망적인 대답 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산불이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한 등산객〈사진〉이 비탈진 곳으로 내려가 손으로 나뭇가지를 꺾어 불을 끄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등산객 6명이 손으로 흙을 퍼담아 불길이 타오르는 곳에 부었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불이 번질 당시는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주변이 어두웠고, 등산로에서 떨어진 비탈진 곳에서 불이 나서 설상가상의 나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불지 않아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아 10여분만에 불길은 잡혔고, 이후 갈고리와 등짐 분무기 등을 갖고 올라온 소방관들에 의해 잔불도 완전히 진화됐다.

박씨는 "큰 불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위험하고 급박한 상황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시민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산불 진압에 맨 먼저 앞장선 그분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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