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최근 정국 흐름 역사적 필연"

입력 2004-01-31 10:56:06

대선자금 수사와 측근비리 수사 등 최근의 정국상황과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오늘 이 상황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털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영훈 신사회공동선 운동연합 상임대표 등 '나라사랑 원로모임' 인사 24명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면서 "최근 정국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필연적 흐름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디딤돌 대통령론'을 내세우면서 자세를 낮춰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 운전석에 앉은 내가 할 일은 차를 바르게 몰아 승객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 다음 대통령이 기다리는 목적지까지 잘 가게 하는 것"이라면서 "내가 맡은 구간만큼은 운전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길이 넓게 확장돼 대로가 만들어졌다"면서 "그 길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 와 보니 그 길이 잘 포장이 안돼 구덩이도 있고 흙탕물이 고인 곳도 있어 오면서 먼지나 흙탕물을 뒤집어 써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고백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을 하며 보니까 내가 뜻을 세워 가는 것보다 역사와 변화의 순리를 어떻게 겸허하게 수용하는가가 큰일" 이라면서 "내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기보다 변화 상황을 수용하고 국민들이 불편 없이 수용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각자 자기 자리로 돌려놓고 자기몫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며 "각자 자기몫을 하면 조화롭게 발전하면서 부조리가 줄 것이므로 요즘 상황을 이렇게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에는 고은(高銀) 시인, 박형규(朴炯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권이혁(權彛赫) 성균관대 재단이사장, 강만길(姜萬吉) 상지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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