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한나라당 두가지 태도

입력 2004-01-30 11:36:03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와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때 선거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지금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모금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다.

비슷한 직책을 맡았고 비슷한 혐의로 구속되어 있지만 이들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접은 크게 달랐다.

김 전 총장이 구속될 때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방탄국회를 열어서라도 보호하고 싶다"며 강한 애정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서 의원이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 두고 당내에서는 서 전 대표가 최 대표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긴 했지만 당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최 대표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으며, 심지어 서 전대표가 정계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것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서 전 대표가 구속된 지난 28일 발표된 공천심사 결과에서 서 전 대표가 '보류'됨으로써 추측은 무게를 더하게 됐다.

이같은 점에서 29일 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최 대표에게 격렬히 항의하면서 몸싸움까지 간 사태는 이해되는 면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날 서 전 대표 지지자 50여명은 대표실을 기습 방문, 30여분 동안 대표실 문을 걷어차고 고함을 지르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이들은 "수십년간 당을 위해 일해온 사람이 구속됐는데도 논평 한 줄 안내더니 공천까지 탈락시켰다", "하는 짓을 보니 한나라당의 싹수가 정말 노랗다.

탈당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최 대표에게 욕설을 퍼붓고 옷자락을 잡아채기도 했다.

그러자 최 대표도 지지 않고 화를 내면서 "탈당하려면 하라"고 맞섰다.

서 전 대표의 구속에 대한 미온적 반응에 대해 최 대표측은 "서 전 대표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 당이 전면에 나섰다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때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고 강공으로 나갔다가 역풍을 맞았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전 대표와 김 전 총장을 대하는 최 대표의 자세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인상이 최 대표의 당 운영에 사심(私心)이 개입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더 큰 의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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