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 맞았다' 日어린이에 보복

입력 2004-01-30 10:02:22

서울 수서경찰서는 29일 일본인에게 맞았다며 일본 어린이 2명을 둔기로 때린 혐

의(살인미수)로 박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본인학교 앞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내리는 일본 여자어린이(6)와 남자어린이(5) 등 2명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경찰에서 "어제 밤 구로동 고대부속병원에 친구 문병을 갔다가 일본말을

하는 남자 3명에게 폭행을 당해 화가 치밀어 범행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4년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2차례 받

은 적이 있으며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박씨는 사촌형이 일본인학교 부근에 살고 있어 일본 어린이들이 주로

등교하는 것을 알고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에게 둔기를 맞은 어린이 2명은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밤 소주 2병을 마시고 취기가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

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정신감정 여부를 결정하겠

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에는 서울 주재 일본 방송과 신문의 특파원들이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벌였고 미나미데 미쯔루 일본인 학교 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충격에 빠

진 이 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해 30일 하루 임시 휴교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가 아닌 우발적인 사건인 만큼 사건

자체를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한국사람이 일본인에게 나쁜 감

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우발적인 사건인 만큼 사건을 확

대해석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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