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최연진씨

입력 2004-01-29 13:43:38

"착하다고 칭찬을 많이 받은 것이 오히려 병이 된 건가요".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자립해 대학진학을 하는 등 혼자인 어머니에게 짐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한 20대 청년이 최근 만성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신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국립암센터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최연진(22.남구 대명11동)씨가 사연의 주인공. 최씨는 지난해 영남이공대에 입학했다가 가정형편과 군입대 문제 등으로 한 학기만 마치고 휴학을 한 뒤 지난 여름부터 군입대 전까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집에서 먼 거리인 달서구 도원동 한 분식집에서 배달일을 하던 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두통과 피로감을 자주 느꼈지만 피로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중순쯤 평소 심한 코골이를 고치기 위해 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했다가 백혈구 수가 정상인의 십여배나 넘는 높은 수치가 나와 종합병원에서 재검진 결과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3세때 가정문제로 아버지와 떨어져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면서도 누구에게도 힘든 내색 않고 희망을 그리며 살던 최씨는 검진결과 뒤 어머니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갖은 막노동일을 하며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 바라보고 살던 어머니가 슬퍼할 것을 염려한 것. 또 치료방법은 골수이식 수술밖에 없지만 5천만원이나 되는 병원비 마련도 막막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13일이 군입대일이었는데 그날 국립 암센터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군복무 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해 힘들게만 살아 온 어머니에게 웃음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사글세 150만원짜리 단칸방에 살며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 모자는 변변한 저축도 없어 고칠 방법은 있어도 어쩔 도리가 없는데다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2주째 입원중인 암센터 병원비 123만원을 이달말까지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

어머니 김명순(44)씨는 "어릴 때부터 '커서 잘 모실테니 힘내세요'라며 오히려 격려해 주는 아들이었고 동네에서도 착실하다고 칭찬이 많았는데 이런 병에 걸렸어요"라며 "빨리 골수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3년밖에 못 산다는 의사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 더 괴롭다"고 했다.

벌써 병세가 나빠졌는지 왼쪽 갈비뼈쪽이 부푸는 등 힘겨워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씨는 자신이 입원해 있는 소아병동에서 함께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의 말동무로 '힘내, 빨리 병이 나아야지 엄마 아빠가 기뻐하시지'라며 다독거려줘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고 암센터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씨는 "지금껏 제 힘으로 모든 일을 해 왔지만 이번 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네요. 건강만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저도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돕는 일을 하고 싶은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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