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개방 한달 '음반은 웃고, 드라마는 낙제'

입력 2004-01-29 09:04:10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진 지 한달여가 지났다.

새해들어 일본 드라마들이 케이블.위성TV 등을 통해 안방극장 공략에 나섰고 일본어 가창 음반들이 잇달아 출시됐다.

하지만 당초 적잖은 관심을 얻을 것으로 짐작됐던 일본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냉대를 받고 있는 반면 언어의 장벽과 국내 음반 시장의 침체 등으로 고전이 예상됐던 일본어 가창 음반들이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 좋은 출발, 제이팝(J-POP)

지난 7일 록밴드 '튜브'와 R&B 가수 '히라이켄'이 사상 최초로 일본어 가창 음반을 출시한데 이어 '윈즈', '차게 앤 아스카', '딘', '킥 더 캔 크루', '우타다 히카루'등 일본 정상급 뮤지션들이 줄줄이 음반을 발표했다.

이들의 음반은 발매된 지 불과 2주 남짓 지났음에도 주간 음반 판매 순위 10위권에 무려 6장의 앨범이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1월 20일~26일 한터닷컴 집계). 특히 한국 내 인터넷 팬클럽 회원이 1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10대 아이돌 댄스그룹 '윈즈'와 한국에서 출시한 3장의 앨범 모두 10위권에 올린 일본 정상의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본어 가창 음반이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이팝(Japanese POP)으로 불리는 일본 대중음악은 간결하고 강렬한 멜로디로 이루어져 기억하기 편하고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를 정확히 짚어낸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앞으로 일본 가수가 국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면 이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음반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TCR 뮤직스토어의 권승기 점장은 "일본어 가창 음반은 주로 10대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젊은층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며 "반응을 계속 관찰하면서 판매 비중과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좀더 두고 보자, 일본 드라마

올 들어 케이블.위성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파를 탄 일본 드라마. 현재 성적은 낙제 수준이다

일부 열혈 팬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일본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0.4~1.4%(TNS 미디어 집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같은 시간대의 이전 프로그램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방송중인 일본 드라마는 모두 6편. 대기 중인 작품도 수십 편이다.

MBC드라마넷은 '내 사랑 사쿠라코', '도쿄 러브스토리', '춤추는 대수사선'을 방송중이고 SBS 드라마플러스는 '골든볼', OSB는 '길 위의 사람'을 내보내고 있다.

만화적 감성과 부드러운 취향, 빠른 극 전개 등 일본 드라마의 남다른 매력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본 드라마에 대한 홍보부족과 함께 국내에서 10년 넘게 답습해 온 일본식 트렌디드라마의 뻔한 공식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방영 중이거나 방영 대기 중인 일본 드라마들 대부분이 트렌디드라마라는 점은 일본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MBC 드라마넷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선 최소한 하나의 시리즈가 종영되는 3월초 정도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사진:드라마 '퍼스트 러브'(사진 위)와 '춤추는 대수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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