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어웨이
정의의 여신 디케는 수건으로 눈을 동여매고 있다.
공정하고 냉철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과연 현실도 그렇게 냉철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미국을 뒤흔든 OJ. 심슨 사건은 배심원 제도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원들이 변호사들의 능수능란한 연기에 쉽게 속아넘어가는 것이다.
'런어웨이'(30일 개봉 예정)는 이러한 법 집행의 허점을 스릴러로 버무린 영화다.
단란한 한 가장이 총기사건으로 사망한다.
미망인은 총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단 한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는 힘든 싸움. 총기회사도 돈으로 증인들을 매수하며 '전력투구'한다.
판결의 핵심은 12명의 배심원. 그들을 장악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총기회사는 베테랑 배심원 컨설턴트(유리한 배심원을 고르는 전문가) 랜킨 피츠(진 해크먼)를 고용한다.
문제는 9번째 배심원 니콜라스 이스터(존 쿠색). 그는 1천만달러를 요구하며 양쪽에 흥정을 걸어온다.
배심원들을 조종해 어느 쪽이든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런어웨이'는 존 그리샴의 1996년 법정소설 '사라진 배심원'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의학 분야의 로빈 쿡, 군사 분야의 톰 클랜시와 함께 변호사 출신의 존 그리샴은 법정스릴러의 대가다.
'런어웨이'는 법정 보다 법정 밖에서 벌어지는 배심원 쟁탈전을 소재로 한 것이 흥미롭다.
변호사와 검사의 대결이 아닌, 배심원과 배심원 컨설턴트의 대결이다.
한 중년이 택시를 탄다.
운전기사는 깔보듯 대한다.
그러나 중년은 택시 안의 몇가지 물건만 보고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다.
"당신이 신자라서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는 것을 망설이는 모양인데, 아내의 말을 들으시오". 가족사진과 십자가, 병원 주차권을 가지고 조합해 던진 것이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랜킨 피츠에 대한 캐릭터 묘사다.
법은 힘이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로 당당하고 의기양양하다.
니콜라스 이스터는 법의 허점을 악용해 한 몫 잡겠다는 젊은이. 배심원들을 교묘하게 조정하는 기술이 탁월하다.
둘의 대결에 치중하다보니 원고측 변호사로 나오는 웬델 로(더스틴 호프만)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정의감이 투철한 고지식한 변호사로 나와 열연하지만 극의 테두리에선 벗어나 보인다.
'런어웨이'는 존 그리샴의 원작들에서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스릴감과 함께 어느 액션 영화 못지 않게 박진감이 넘친다.
스테디 캠과 CCTV 화면을 이용한 화면효과와 대형 PDP를 통해 법정을 조정하는 장면 등도 그럴 듯해 보인다.
현실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지만, 모범적인 결말도 존 그리샴답다.
감독은 '키스 더 걸', '돈 세이 워드'의 게리 플레더. 15세 관람가. 127분.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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