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무관심은 정치개혁의 적

입력 2004-01-29 09:06:48

연초에 전국 언론사들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는 오는 4월 제 17대 총선 투표율이 총선 투표율로는 처음으로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무관심이 만연해 있는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의 낮은 투표율은 단순히 '정치무관심'이라는 선진국병에다 '정치혐오증'이라는 한국병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선진국의 정치무관심은 국민들이 정치와 선거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아도 나라를 통째로 들어먹을 정도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 사회가 안정돼 있으므로 사정이 다르다.

반면 우리는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곳곳에서 구멍이 날 정도로 시스템이 안정돼 있지 못하다.

가만히 두면 문제 투성이다.

혐오증이라고 할 정도로 부정적인 사람도 많고 사건도 많다.

국민들의 부릅뜬 눈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연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에 관심없다는 사람도 60%를 넘었다고 한다.

급속한 투표율 저하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4년전 16대 총선의 투표율은 57.2%였다.

15대 63.9%에서 6.7%포인트가 내려갔다.

14대 때는 71.9%였다.

급속한 하강 곡선이다.

또 대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진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48.8%였다.

따라서 4월 총선 투표율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문에서 국민들이 올해 가장 바라는 일은 경제사정의 호전 다음으로 정치개혁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 다음으로 꼽을 만큼 정치개혁은 국민적 염원이자 과제다.

국민들 절반 이상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정치는 개혁돼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정치가 싫어 투표도 안하지만 정치와 정치인은 싫다는 견해였다.

이율배반적이다.

양립할 수 없는 명제다.

이는 스포츠 경기를 직접 보러 가거나 중계방송을 보지도 않으면서 비판만 해대는 것과 다름없다.

우물에서 숭늉찾기다.

스포츠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선수와 감독 뿐만아니라 관중이라고 하는 이치는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중(유권자의 참여)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더구나 정치는 스포츠 경기와 달리 싫다고 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싫어도 미워도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선거를 외면해서도 안되고 외면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선택해야 한다.

입맛에 딱 맞는 후보가 없다면 적어도 덜 미운,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손품도 필요하고 발품도 필요하다.

한 표를 찍었다고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에 적어도 '유효기간'이 최소한 4년은 되는 기억력도 필요하다.

누가 무슨 말과 어떤 일을 했는지 다음 선거 때까지는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관 정치1부 차장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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