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예방에 달리기 보다 효과적 사회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운동

입력 2004-01-27 09:02:29

걷기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 중의 하나이다.

'~길을 간다'는 말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은 걸음마를 통해 걷기를 배우고 자신의 걷음걸이를 갖게되므로 걷는 모습을 통해서도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인간은 직립하여 두 발로만 걷게 되면서부터 손과 얼굴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자유로운 손과 얼굴로 수천 가지 운동이 가능해짐으로써 의사소통의 능력과 주변환경을 조종할 수 있는 여지가 무한히 확장됐다.

이와 더불어 두뇌가 발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두발로 걷는 것의 중요성을 잊고 자동차,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등에 의존하면서 비만과 생활습관병이 늘어나고 있다.

걷는데 두다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간의 몸은 달리기보다 걷기에 적합하게 구성돼 있다.

한발이 계속 지면에 닿게되는 걷기에 비해, 몸을 공중에 뛰어 올리는 달리기는 탄력을 얻기 위해 다리 관절에 과다한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달리기는 성인의 경우 3만4천600시간마다 한번의 심장마비가 생기고, 11만6천시간에 1명이 사망하는 고위험 운동이다.

걷기는 속도를 시속 8㎞ 정도로 높일 경우, 달리기와 동일한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달리기보다 걷기의 열량 소모가 더 크므로 비만 예방과 치료에 걷기가 더 효과적이다.

걷기는 한 켤레의 운동화 외에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골프나 헬스, 스키같이 특정한 장소가 필요하지 않는 간편한 운동이다.

친구나 가족이 함께 어울려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인 운동이면서 혼자서 스트레스를 풀며 명상을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걷기의 종류에는 유산소 운동 효과가 적은 천천히 걷는 산보(Strolling), 유산소 운동 효과가 있는 시속 6㎞ 정도의 속보(Brisk Walking), 운동 강도가 높은 시속 8㎞ 정도의 유산소걷기(Aerobic Walking),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럽고 관절에 부담을 주는 경보(Race Walking)가 있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운동으로서의 효과가 과소 평가돼온, 걷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나라의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들의 생활습관병은 선진국을 추월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유지를 위해서 걷기 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약과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잘못된 건강 행동 때문이다.

체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고가의 운동 장비를 갖춘 사람들만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강 운동이 걷기이다.

'걷지 않으면 건강은 없다'. 걷기를 통해 건강, 환경,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나에게는 주치의사가 둘이 있다.

바로 왼쪽다리와 오른쪽 다리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역사가 GM 트리벨리언의 말이다.

김대현(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구워킹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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