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병을 보는 자세와 건강

입력 2004-01-27 09:02:41

진료를 하다 보면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가끔 보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병을 대하는 태도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자신의 몸에는 관심없이 일에만 몰두하며 평소 느끼는 신체의 이상을 무시하고 지낸 부류로 어느 순간 심각한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다.

둘째 유형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병을 확인하고자 애쓴다음 온갖 치료법을 동원하는 사람들로 조그만 이상도 병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건강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현재의 의료제도하에서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병에 대한 치료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환자의 경우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일관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이러한 환자들에게 알기쉽게 제대로된 의료정보를 주는 최초 치료자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의사들도 두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는 없는 병을 만들어가며 온갖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하는 의사와, 명백한 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진료자일 것이다.

인터넷,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범람하는 의학 정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반인의 경우, 관심 있는 질환에 대해서는 반(半)의사가 되어 자신의 상식에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는 의사들을 사기꾼이나 돌팔이처럼 취급해 버리기가 쉽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특정 질환을 일반화시켜 이야기하는 언론상의 명의가 아니라 직접 자신을 진찰한 의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병은 뚜렷한 소견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몇 가지의 가능성있는 질환 중에 가장 가능성이 적은 병을 제외해가며 진단에 이르게 되며, 최종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 방침을 정하게 된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이 있을 수 있으며, 의사의 전문성은 이런 면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릴 때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며, 환자의 신뢰와 협조가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병원 문턱을 넘나들며 병을 확인하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며, 그만큼 걱정과 불안감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길의 과정에는 한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다시 건강을 찾아 갈 수 있는 사잇길이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되돌아올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이르기 전이라면, 주변을 돌아 보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 여유를 가질 때, 살짝 가려진 건강 이정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건강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치료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이상을 좀 더 빨리 확인하기 위해 평소 스스로의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최창혁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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