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다.
마을엔 노인들 뿐이다.
남은 사람들도 여차하면 보따리를 쌀 태세다.
맑은 공기와 물, 비교적 느리고 느긋한 삶, 저렴한 생활비, 상대적 안전 등 농촌 생활의 장점은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농촌을 떠난다.
이 같은 탈(脫)농촌대열에 나서는 것은 자녀 교육 때문이다.
대구 생활권인 영천.청도.성주.군위.칠곡 등지의 주민들은 대구로 이사하거나 대구에서 거꾸로 출퇴근하는 이중생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교육비.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대도시로 떠나는 학생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대구인근 시.군의 교육현실을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대구 인근 시.군에는 학생이 없다.
대도시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려는 부모들의 바람 때문이다.
생활형편이 나은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5, 6학년만 되면 대도시로 전학을 꾀한다.
지역의 중학교에 진학했던 학생들도 고교에 진학할 때면 대부분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간다.
우수한 학생들이 빠지면서 이른바 '학교수준'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학생유출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북도내 대부분의 시.군 어디나 비슷하지만 유독 칠곡군이 심각하다.
칠곡군내 초.중학생의 성적은 도내 상위권. 그러나 칠곡군내 고교진학 대상 중학생 중 상위 성적 20%는 대구, 구미, 김천 등 타 지역으로 진학한다.
우수학생들이 대구와 구미, 김천 등의 명문고로 빠져나가면서 칠곡군내 고교의 평균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학력이 떨어지면서 우수 학생이 빠지고, 우수 학생이 빠지고 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학생유출로 대도시 인근 시.군의 학교는 공동화현상까지 보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현황= 칠곡군내 초등학교 재학생은 20개 학교에 8천532명. 대구인근 타지역에 비해 초교생수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러나 중학교는 8개교에 2천857명으로 학생 수는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고교는 더욱 심각하다.
5개교에 1천868명, 남은 학생 중 절반 가량이 또 타 지역으로 떠난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시와 바로 붙은 동명, 신동지역 학교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이들 지역은 5, 6학년이 되면 전학가는 학생이 많아 남은 학생수가 타 지역보다 턱없이 적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늦어도 중학교에 진학하기만 하면 대구지역 학교로 전학시키기에 열중한다.
이 시기를 놓친 학부모들도 지역고교 진학을 외면하고 구미나 김천 등 소위 인근지역 명문고교로 진학시키려고 혈안이다.
◇원인= 학생들의 역외유출 현상의 근본원인은 학력수준이다.
칠곡교육청 박영철 초등장학사는 "초.중학교의 교육수준은 도내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고교의 사정은 다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학부형들은 지역 고교를 믿지 못한다.
학교측은 우수 학생들을 인근지역 명문고에 빼앗기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교 교사들은 "우리 학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내에서 전통 있는 명문학교였다.
모든 교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내 우수한 학생들을 타지역으로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명문학교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서울대든 어디든 진학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 고교마다 동창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우수사례=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도 있다.
지난해 칠곡 왜관에 있는 순심남고와 순심여고는 우수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중학교에서 지역고교로 진학예정인 성적우수학생 4명(남2, 여2)을 선발, 고교진학전 방학기간을 이용해 4박 5일간 중국연수를 보냈다.
학생들은 중국 상하이와 항주, 소주 등지에서 문화탐방을 했다.
학교측은 "외국연수가 지역학생들의 외부유출을 막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또 몇몇 재단측과 지역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발전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
칠곡군 약목고는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체제정비를 추진중이다.
학교부지를 새로 마련하여 좋은 시설을 기초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분위기 확산=학부모들은 "교육문제는 단순히 학교 차원에서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는 물론 지역 인사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역 전체에서 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모든 주민들이 교육현실을 자각하고 행정기관과 교육청, 학교재단, 학부모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학생들의 역외유출이 중단된다는 얘기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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