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설 연휴-대구 -11.8℃

입력 2004-01-24 11:04:34

21과 22일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8℃를 기록하며 지난 90년 이후 14년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수도관과 가정용 보일러 동파사고가 잇따랐으며 동사사고도 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19일 밤부터 내려가기 시작한 기온은 설 연휴 내내 영하 10도 안팎의 낮은 기온을 기록하며 한낮에도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르는 등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이 때문에 대구 수성못이 3년만에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대구의 아침 기온이 영하 11.8℃까지 떨어진 것은 90년 1월25일 같은 날씨를 보인 이후 14년만의 최저 기록으로 대구의 역대 최저기온은 1923년 1월19일의 영하 20.2℃다.

이번 한파로 대구 지역에서는 수도관이 동파되고 가정용 보일러가 고장을 일으켜 많은 시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또 고속도로 상황실의 모니터도 한파로 한때 작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는 연휴기간 동안 230여건의 수도관 동파 사고가 접수됐으며 대구도시가스에도 '보일러 고장' 신고가 100여건이 넘게 접수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일러 회사들이 폭주하는 고장 신고때문에 제때 A/S를 해주지 못하거나 일부는 전화 상담조차 받지 않아 시민들이 발을 굴렀다.

자동차 정비업소에도 한파로 인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의 고장을 일으킨 차량이 몰려들면서 평소보다 2, 3배 많은 고객이 찾아 때아닌 한파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23일 새벽 2시쯤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역사 3 층 대합실과 4층 주차장 사이 스프링클러의 배관이 얼어 터지면서 1시간 동안 물이 흘러내려 5개 승강장 가운데 3개 승강장 입구의 출입이 통제되고 열차 시각을 알리는 전광판 8개가 고장났다.

포항 지방은 설날인 22일 수은주가 영하 11.7℃를 기록,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23일 오전까지 포항시에 신고된 상수도 관련 동파사고는 계량기 동파가 90건, 수도관 동파가 12건 등 100건이 넘었다.

경주에서는 용강동과 안강읍 산대리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계량기가 동파되는 등 동파 사고가 50여건에 달했다.

안동에서도 40여건의 상수도설비와 계량기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울릉도에서는 연휴 첫날인 21일 최저기온이 영하 11.3℃, 적설량 43.8㎝를 기록했으며 북면 나리.석포마을 등 일부 산간지역의 육상교통이 나흘간 두절됐다.

그러나 경북 동해안 해상에 내려졌던 폭풍주의보가 24일 해제되면서 포항~울릉도를 잇는 정기여객선 운항이 4일만에 재개됐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부터 3일동안 발이 묶였던 귀성객과 관광객 1천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울릉도를 출발, 포항으로 돌아와 귀가길에 올랐다.

한편 설날인 22일 오전 11시쯤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 순지저수지 인근 다리 밑에서 마을 주민인 ㅅ산업 경비원 이모(66)씨가 숨져있는 것을 이씨의 아들(26)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가 반주로 술을 마신 뒤 자전거를 타고 방범근무를 하러가다 다리에서 떨어진 뒤 동사한 것으로 보고 사인을 조사 중이다.

또 23일 오후 1시20분쯤 경주시 광명동 박모(43)씨의 안방에서 박씨가 숨져있는 것을 동생(37)이 발견, 경찰에 신고 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전날 11시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간 뒤 보일러가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잠을 자다 동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오전8시30분쯤 대구 동구 신천4동 대로변에서 정모(38.여.부산 해운대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동네에 사는 전모(64.여)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특별한 외상이 없고, 얇은 옷만을 걸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추위에 떨다 동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중이다.

대구기상대는 "찬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다소 약화되면서 23일 기온이 조금 상승하는 듯 보였으나 주말과 휴일 동안 내륙지방의 복사냉각현상이 강해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다시 떨어지겠다"며 "26일 낮부터는 날씨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 예년 기온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박준현.임성남.허영국.최창희.한윤조기자 (사진설명) 14년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설연휴동안 각종 동파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24일 오전 대구 수성못이 올들어 처음으로 꽁꽁 얼어붙었다.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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