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깨어진 코리안드림

입력 2004-01-24 10:46:07

설 전날 달성군 논공에서 발생한 한족 산업연수생 살인사건은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온 산업연수생들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그릇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숨진 서모(47.ㅈ산업)씨와 살인피의자 등모(34.ㄱ산업)씨 등 한족 산업연수생 8명은 중국 명절인 춘절(우리의 설)을 맞았지만 고향에 가지 못한 착잡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등씨 집에서 조촐하게 술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이 술자리가 끔직한 살인사건의 화근이 됐다.

이 자리에서 고향에 가지 못한 애환을 나누던 중 숨진 서씨가 건넨 술잔을 등씨가 거부하자 "이런 식으로 하면 논공바닥에 있지 못하게 하겠다"고 해 말다툼으로 이어진 것. 더구나 등씨는 두사람의 다툼으로 술자리를 파하고 일행이 모두 돌아간 뒤 또다시 서씨가 찾아와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리고 평소에도 여자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한 듯한 데 격분, 홧김에 흉기로 서씨의 복부를 찔러 과다출혈로 숨지게 했다.

사건은 맡은 경찰은 "사건발생은 22일 오후 5시쯤인데 신고시간은 3시간 뒤인 8시가 넘었다"며 "좀더 빨리 신고를 하고 조치를 했다면 살릴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경우 사건이 발생하면 이웃들도 사법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관습의 차이 때문.

"사건이 발생한 등씨의 옆집에는 같이 술을 마신 한족 산업연수생 일행이 있었고 동료가 흉기에 찔린 사실을 알았으나 이들 중 일부는 여권기간이 만료돼 수사를 받게되면 강제출국될 것을 우려, 달아나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경찰의 설명이다.

또 이들 대부분은 중국에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곳에서 일하는 동안 일부 연수생은 사생활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허덕순 달성서 형사계장은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이들이 술김에 살인을 저질렀다"며 "죽음 앞에서도 강제출국만 걱정하는 일부 산업연수생들의 그릇된 사고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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