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는 말이 많다

입력 2004-01-24 10:53:13

한나라당 공천신청이 마감된 후 각 선거구별로 공천자 결정방식과 관련해 경선이냐, 낙점이냐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경선불복 가능성이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신청 당시부터 공천 결과에 승복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토록 해놓고 있으나 형식적 서약서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소위 '이인제 효과(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불복, 당을 뛰쳐 나간 후 정치계에서 거의 외면당함)' 때문에 공천 결정에 불복할 경우 정치적 매장을 각오해야 하지만 선거때마다 계속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선불복 사례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경선불복 사례 사라질까=현역지구당위원장과 신인이 경합을 벌이는 선거구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이다.

몇몇 신인들은 중앙당의 여론조사조차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조사기관의 교체를 주장하는 신인도 있다.

"당무감사 결과 교체대상 등급을 받은 의원도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공천자가 될 수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최소한 경선과정은 거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선 조차 불참할 뜻을 비치는 후보들도 있다.

이 경우 경선과정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경선대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서약서까지 제출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선에 참여할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 마저 박탈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혁공천을 주장하고 있는 신인들에 대해 현역의원들이 "탈당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공천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것=지금까지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대구 남구는 공천결과에 승복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건(具本建) 대구관광협회부회장, 김석순(金石淳) 킴스치과원장, 신동철(申東喆) 부대변인, 신철원(申哲沅) 협성재단이사장 등 4명은 최근 부쩍 회합이 잦다.

상대후보 출판기념회, 사무실 개소식에 4명이 나란히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정치신인 답게 경선에서 패할 경우 깨끗이 승복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속내가 제각각인 듯 흔쾌히 합의한 수준은 아니다.

김 원장은 아예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는 결의식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결국 신 이사장이 설 연휴 후 하루를 정해 4개 후보 캠프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갖자고 제안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4명 후보가 경선에 패할 경우 반드시 승복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경선불복은 그만치 어렵게 됐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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