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세뱃돈

입력 2004-01-21 10:59:04

경기 불황으로 올 설에는 세뱃돈 인심마저 얼어붙을 전망이다.

서민들이야 어느 해보다 검소하게 명절을 보내겠다고 작심하고 있지만 가벼워진 호주머니는 고향길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IMF 때보다 더 어려웠다'는 지난 해는 그래도 그럭 저럭 견뎌왔는데 내년 설에는 얼마나 부푼 가슴으로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지 기약없는 희망을 품어보는 우울한 귀성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는 설 경기 부진으로 민간의 현금 수요가 크게 떨어져 설 연휴 직전 10일간 화폐 공급 규모가 작년보다 13.7% 감소한 3조5천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감소 추세는 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올해 서민들의 설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덕담에 앞서 집집마다 온통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로 가득찰 것이 뻔하다.

지난 해 경제는 2.9% 성장이 예견되는데도 세뱃돈을 줄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의 뒤안길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맨 국민이 얼마나 많았으면 설 연휴 직전 풀린 화폐 중 1만원권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한 반면, 1천원권이 11.4%나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겠는가. 작년보다 쪼그라든 세뱃돈을 주면서 정치권에서는 '차떼기'로 현금이 왔다 갔다하고 일부 권력층에서는 집안에 현금 수십억원을 낮잠 재우고 있는 열받는 상황을 떠올리지 않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경제는 희망을 먹고 산다.

노무현 대통령도 올해는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고 경제계와 정계도 경제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화합과 협력만 전제된다면 한국 경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아닌가.

이제 '잃어버린 10년'으로 몰락한 줄 알았던 일본 경제도 '경기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는 수출이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는 등 대외 여건도 한국경제를 외면하지 않고 있다.

비록 쪼그라든 세뱃돈에 자존심은 구겨졌지만 이번 설 연휴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달콤한 휴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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