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넘자-(6)칭다오 고합 전략

입력 2004-01-21 08:43:29

#1. 신용이 생명이다=칭다오 고합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신용이다.

고합의 생산직 임금은 월 200달러 수준으로 칭다오에 진출한 대구.경북 중소기업들의 2배 수준을 상회한다.

사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중국 직원들에게 산재, 의료, 주택 등 중국 법이 정해 놓은 5대 보험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외자유치에 혈안이 된 중국 공산당원들이 처음 얼마간은 이를 눈감아주는데다 중국이라는 곳이 법보다는 관시(關係)가 우선하는 사회라는 일반적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김택곤 칭다오 고합 인사팀장은 "이는 중국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중국 세법은 소급기간이 15년이나 돼 언젠가는 모든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시에 의한 일시적 인건비 절감보다는 철저하게 중국 법을 따라 믿을 수 있는 외자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99년 이후 지금까지 5천200만달러의 매출고를 올린 칭다오 고합은 납세액 기준으로 전체 외자기업 2위에 올라 있다.

칭다오 시정부는 고합에 대한 전폭적 신뢰로 외자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건설은행에서 800만달러의 투자금을 대출해 줬고 고합 또한 단 1년만에 대출 전액을 상환했다.

칭다오 고합은 출발부터 최신기술, 최신설비를 도입해 믿음을 줬다.

중국에선 처음으로 4관식 중합기를 들여왔고 5천200~5천300rpm 수준의 최고 생산 속도에 부품 하나 하나가 최신식이어서 4년이 지난 현재도 초기 품질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박창규 부총경리는 "언제나 시장 가격을 선도해 온 고합 원사는 t당 만2천위안 수준으로 가장 비싸다" "이는 고합 제품이면 무조건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2의 도약-원스톱 시스템 만든다=고합 중합 공장 옥상에서 바라본 10만평 규모의 대부지. 포클레인 수십대가 동원대 땅 고르기 작업이 한창인 이곳에 칭다오 고합의 미래가 달려있다.

신용을 생명으로 성공가도를 질주해 온 칭다오 고합은 최근 1, 2년새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 경쟁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세가 고합을 위협하고 있다.

99년 설립 당시만 해도 고합 중합기의 연산 능력은 14만t에 달해 중국 랭킹 9위에 올라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28위까지 추락했다.

중국 전체 중합생산량이 2001년 100만t에서 2002년 200만t 2003년 400만t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합은 원사-제직-염색-봉제의 일괄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1공장 바로옆에 10만평 규모의 신규부지를 매입했다.

공급과잉으로 살인적 원가절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원사에서 봉제까지 모든 스트림을 일원화 해 최단 납기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박창규 부총경리는 "13억 중국 시장은 섬유기지의 마지막 종착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계상황에 직면한 국내 섬유업체들은 최대한 빨리 중국으로 들어와 현지 토종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아이템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글.이상준기자 사진.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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