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포항 횟집에서 계모임. 2005년 2월 포항 북부해수욕장 인근 ㅍ횟집. 대구성서공단내 ㄱ업체에 다니는 김일수(45)씨가 대구에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 10여명과 함께 퇴근 뒤 포항으로 달려와 계모임을 가졌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고 싱싱한 회맛도 즐길 겸 지금까지 대구에서 해오던 모임의 장소를 모처럼 바꾼 것. 하지만 포항에서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04년 12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6시30분 북대구IC를 출발해 동구 도동JCT를 거쳐 포항시 연일읍 대련JCT를 통과, 횟집에 도착한 시간은 1시간만인 7시30분이었다.
이야기 둘=대구에서 오페라 관람. 2005년 5월 포항ㅈ고교 김모(40) 교사는 부인의 생일을 맞아 부인과 함께 2003년 8월 개관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2회 전국대학오페라축제'를 관람했다.
오페라와 연극을 좋아하는 김 교사는 지금까지는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에 발걸음하기가 쉽지않았지만 앞으로는 자주 올 결심을 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마음만 먹으면 평일에도 각종 공연 관람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공연관람을 마친 김 교사는 밤 11시가 조금 넘어 포항 집에 도착했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와 포항이 1시간대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반나절 생활권'에서 '출퇴근 생활권', '1시간대 생활권'으로 급속히 바뀔 전망이다.
우선 시외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통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포항~대구를 오가는 통근자는 500~1천여명으로 추정되지만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2배 가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0년 넘게 대구 범어동 집에서 포항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곽동우(47.포항공대 수학과 근무)씨는 "고속도로 개통으로 시외버스 통근자는 크게 늘겠지만 승용차를 이용한 고속도로 통근자는 크게 늘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기름값을 따지면 버스편이 오히려 싸다는 것.
대구~포항간(68.4㎞)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통행료는 편도 3천원을 넘을 것 같다.
현재 비슷한 거리인 북대구~경주간(65.7㎞)이 2천800원이며, 올해 3월3일부터 4.5% 인상돼 3천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 영업부 사창환(42) 대리는 "지난해 국내 전체 고속도로 이용자는 전년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소비심리 위축 등 경제적 이유가 그 원인"이라며 "하지만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산업 물동량과 경북 동해안 관광객, 통근자 때문에 통행량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대구~구미 고속도로가 왕복 8차로로 개통한 뒤 종전 1시간 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되면서 통근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대구와 포항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안승언 포항역장은 "올해 4월 서울~대구간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포항~대구간 열차운행 시간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열차 이용객 증감을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포항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업체인 아성여객 손재헌 전무는 "구미~대구 고속도 확장 개통이후 승용차 통행이 급증함에 따라 시외버스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며 "대구~포항노선 역시 지금까지는 수익노선이었으나 고속도 개통이후 비수익노선으로 전락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지난해 말 공직에서 명퇴한 김동우(57.포항시 남구 대잠동)씨는 최근 포항시 흥해읍 해안가에 펜션형 민박집을 짓기 위해 시가보다 다소 비싼 값으로 땅 300여평을 샀다.
주5일제 근무 확대와 올해말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를 비롯 영천.구미 등에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동해안으로 크게 몰려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벌써부터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해안가에는 펜션형 민박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 박일권(55)씨는 "해안가에 펜션형 민박이나 별장, 상가 등을 짓기위해 땅을 구입하려는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가장 두드러진 변화중 하나가 바로 동해안 관광객 증가이다.
포항시청 문화공보관광과 편장섭(40)씨는 "현 포항을 찾는 대구권 관광객은 연간 80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관광객은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맞춰 포항시에서도 전국적인 규모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오션힐스(포항시 송라면), 오션뷰(영덕군 삼사리)등 2개 골프장이 회원권을 1차분양한 결과, 청약자가 두 곳 모두 분양계좌수를 크게 초과했다.
오션힐스 김정현(60) 이사는 "회원권 구입자들의 3분의2이상이 대구사람들"이라며 "대구 골퍼들이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푸른 동해바다를 보며 골프를 즐기기 위해 회원권을 구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항북부해수욕장 동원횟집 정석호(45)사장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대구.영천쪽 손님이 상당수 몰려 올 것"이라며 지역경기 활성화에 기대감을 표했다.
장병호(43) 대구등산학교 교감도 "고속도로 개통으로 바다는 물론 동해안 시.군으로 등산을 가는 동호인들이 크게 늘어 날 것"이라며 "대구와 포항시민들간 정보교환 등 인적 유대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시청 정원재(44) 기획관은 "지금까지 대구사람들의 경주.울산쪽 나들이가 포항.영덕.울진쪽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며 "포항이 대구 생활권에 편입되는 블랙홀 현상도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개통은 양 도시간 거리감을 단축시켜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상 지금껏 대구.포항지역 문화예술인들간의 교류는 물론 공연.전시 관람 등 문화적 공유 또한 활발하지 못했다.
시간 또는 거리상으로 대구와 포항은 상당히 멀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
포항대백쇼핑 문화센터 박경숙 대리는 "포항 시민들의 문화수준은 대구 못지 않지만 수준 높은 문화행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 있었다"며 "고속도 개통으로 예술인들간의 교류는 물론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대구에 가는 시민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32.연극사랑 대구모임회장)씨는 "지금껏 1시간거리인 구미나 김천의 공연은 자주 갔지만 포항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별로 찾지 못했다"며 "내년부터 포항무대에 올려지는 좋은 작품은 빠뜨리지 않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인 김소운(대구시 동구 신암동)씨도 "포항 등 동해안에 산재한 문학기행이 편리해지고 이와 곁들여 횟감 등 동해안 특산물을 즐기는 패키지 나들이가 부쩍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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