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음식-맛가득.정듬뿍.복많이...

입력 2004-01-20 15:03:38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을 맞아 주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해마다 명절때면 치르는 일이지만 주부들은 전 부치고 나물 볶고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허리 한번 제대로 펴기 어렵다.

요즘엔 차례 음식도 주문해 받아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주부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올 설에도 주부들의 고민은 매한가지다.

설 연휴동안 차례 음식만 먹을 수도 없고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 친지들에게 어떤 음식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털어놓는 주부들이 적잖다.

방송, 잡지 등을 통해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쿠킹 스튜디오'의 이혜정(49)씨는 "주부들이 힘들어 하지 말고 새로운 음식을 내놓아 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로 명절을 활용해 보자"고 말한다.

"큰일났다"고 걱정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만 돼있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웃는 얼굴로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씨는 차례 음식은 집집마다 내려오는 방식에 따라 만들더라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요리를 몇 가지 해보라고 권했다.

이씨가 추천한 요리는 사태 편육 과일 겨자채와 해파리 냉채. 남산골 한옥마을 선비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가(班家) 음식을 요즘 입맛에 맞게 만든 것으로 약간 톡 쏘는 맛의 겨자장을 써 기름기가 많은 명절 음식으로 텁텁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씨는 드레싱을 미리 만들어 두면 급하게 음식을 내야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생선을 졸일 때 쓰는 간장 드레싱, 샐러드용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 등을 미리 만들어 병에 넣어 냉장고에 놔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쓰면 된다.

간장 드레싱은 진간장 반컵, 믹서에 곱게 간 된장 1큰술, 설탕 3큰술, 멸치액젓 2큰술, 청주 1큰술, 후추, 소금을 약간씩 넣은 다음 물에 불려 곱게 다진 마른 새우를 섞으면 완성된다.

미리 만들어 병에 넣어뒀다가 고등어, 꽁치, 삼치, 냉동 대구 등 생선을 졸일 때 쓴다.

차례 음식으로 만든 생선전도 간장 드레싱을 넣고 졸이면 맛있다.

그릇에 담아낼 때도 미나리 등 파란 채소를 바닥에 깔고 졸인 생선을 얹어 내면 보기에도 예쁜 퓨전 스타일의 요리가 된다.

대다수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도 만들기 쉽다.

마요네즈 3/4컵, 백포도주 2큰술, 피클 주스(피클이 담겨있는 물) 1큰술, 토마토케첩 1과 1/3큰술, 소금 1/3작은술, 설탕 1/2큰술, 겨자 1큰술, 양파 다진 것 1큰술, 청·홍피망 다진 것 1큰술, 삶은 달걀 반개 다진 것, 약간의 후추를 넣어 잘 섞으면 된다.

여기에 고운 고춧가루를 아주 조금만 뿌려도 우리 입맛에 잘 맞다.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을 얹은 야채 샐러드는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또 차례 음식으로 만든 쇠고기 산적을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야채 샐러드에 얹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차례를 지내고 남은 나물은 중국 설날 음식인 춘권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춘권은 만두의 일종으로 춘권 피만 미리 사두면 남은 나물을 넣어 기름에 튀겨 내면 나물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나물은 참기름과 소금 간을 해 춘권 피 안에 적당량을 넣고 잘 싸서 돌돌 만다.

피 끝부분에 계란 흰자를 바르면 잘 달라붙는다.

춘권을 많이 만들어 한번에 먹을 양만큼 밀봉해 냉동실에 넣어둬도 괜찮다.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바로 기름에 튀겨내면 맛있다.

차례를 지내고 남은 자투리 음식으로 얼큰한 두부전골이나 버섯전골을 해 먹어도 좋다.

쇠고기를 간장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냄비 가운데에 놓고 기름에 지진 두부, 호박, 표고버섯, 양파, 파 등을 죽 돌려 놓는다.

탕국 국물을 육수로 붓고 들깨를 조금 풀면 맛있는 전골이 된다.

김치 국물을 꼭 짜고 양념을 털어낸 뒤 숭숭 썰어 넣으면 느끼한 맛을 없앨 수 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