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경산시의 새로운 다짐

입력 2004-01-19 11:44:54

요즘 경산시청의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 같다.

윤영조 시장은 5억원의 공천 헌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6.7급 공무원 3명은 업자들로부터 각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다 합동점검반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많은 경산시 공무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공무원들은 경산시를 마치 '부패집단의 소굴'처럼 보는 외부 시각에 부아가 치민다고도 했다.

그러나 많은 경산시민들은 "설을 앞두고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암행감찰반이 활동 중인데도 시청사내에서 3시간 만에 3건의 금품수수 사실이 적발됐다"며 "공무원사회 내부에 '부패 불감증'이 너무 만연한 것 아니냐"고 힐난하고 있다.

또 "이번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썩어도 너무 썩은 것 아니냐"며 경산시 공무원들의 부패를 강도높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인정하면서도 맡은 일에 충실한 많은 경산시청 공무원들은 "명절 때 돈 봉투는커녕 술 한병도 구경하기 어려운데 이번 일로 일방적 매도를 당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경산시는 시 개청 이래 가장 치욕스럽고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19일 오전에는 전 직원 임시조회가 열렸다.

900여명의 공무원들은 이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동요하지 않고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자고 다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지만 자성과 새로운 다짐을 통해 심기일전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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