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영덕 신애주민 운용비호소

입력 2004-01-17 11:34:09

"가동비가 있어야 보일러를 돌릴 것 아닙니까? 올들어 16일 현재까지 세번밖에 가동하지 못했습니다".

나환자촌에서 살고 있는 영덕군 지품면 신애리 주민들이 동네목욕탕을 가동할 운영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곳 주민은 29세대 60여명. 한때 돼지.닭 사육으로 부농의 반열에도 올랐지만 경쟁력에서 밀려 대부분 문을 닫고 현재는 겨우 5가구만 닭과 돼지 사육등의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29세대중 28세대가 정부로부터 영세민으로 지정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 마을에 목욕탕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01년 겨울. 오랜 기간의 건의 끝에 영덕군에서 3천만원을 지원받고, 성당과 뜻있는 인사들이 1천500여만원을 보태 겨우 문을 열었다.

심야보일러를 가동하는 한달 가동비는 20여만원선. 그러나 그것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이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논의 끝에 목욕탕은 돌려야 하는 만큼 입장시 한사람 당 2천원씩의 목욕비를 받기로 했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유료화가 결정되자 주민들의 이용이 뚝 떨어진 것이다

이후 고육지책으로 일주일에 3일만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시원찮아 올들어서는 일주일에 겨우 1회만 가동하고 있다.

목욕탕이 하나뿐이서서 오전에는 여자, 오후는 남자가 출입하는 방식이었다.

마을 이장 권중원(65)씨는 "군 보건소가 90여만원의 운영비를 한번 보태준 적이 있었는데 그땐 매일 목욕을 할수 있어서 마을주민들이 너무 좋아했었다"면서 "요즘같은 어려운 때 어디 기댈곳도 없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편한 육신 때문에 대처에 나가 목욕할 형편도 안된다는 신애리 주민들은 목욕 한번 하고 나면 날아갈 듯하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들은 마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목욕탕 곁을 매일 지나다닐 때마다 곁눈질을 한다.

혹시 문이나 열려 있지 않나 해서다.

그러나 그 목욕탕 문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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