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대동맥대구~포항 고속도로-(6)변화 꿈꾸는 영천.경산

입력 2004-01-16 15:05:07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통과하면서 영천에는 청통면과 화남면 두곳에 나들목(IC)이 생기고, 화산면과 임고면 두곳에는 분기점(JCT)이 생긴다.

이밖에 대구~경주간 국도 4호선 우회도로, 대구~포항간 국도 28호선 우회도로가 올해 말 동시 개통할 예정이다.

영천시민들은 교통의 요충지라는 옛 명성을 다시 회복하고, 특히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지역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대에 부푼 영천시

이같은 시민기대에 부응해 영천시는 오는 4월 완료되는 영천시 도시기본계획에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연계하는 도시 장기발전계획들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먼저 화남IC가 신설되는 화남면 신호리에 45만평이상 규모의 물류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영천시 하기태 도시계획담당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산업도로로서 주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화남 물류센터에는 전국 최초로 화물차량휴게소와 화물차량 매매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원자재와 완제품, 농산물을 저장.교환.배분하는 장소로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남IC와 인접한 영천농업기술센터가 올 하반기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이곳에는 내년 1월 한국도로공사 영천지사가 들어선다.

도로공사 영천지사는 정식직원 50여명이 근무하면서 이곳 매표소 여직원과 도로보수인력 등 20여명을 모두 현지인력으로 충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와 10분대 거리인 청통IC 부근에는 대구 등 도시민들을 겨냥, 총 50만평 규모의 종합스포츠단지와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금호읍, 화북면, 고경면, 북안면에 4개 골프장이 건설되며, 신녕면의 치산관광지와 능금공원, 은해사 집단시설지구를 개발해 관광객들을 유치한다.

시는 영천 북쪽의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영천 남쪽의 경부고속도로를 시내 도로로 연결, 도남동 경부고속도로 IC 부근에 10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박진규 영천시장은 "영천 산업단지는 수출입항과 원료공급지, 대도시와 가깝고 물류비용이 싸다는 이점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주변 인프라 구축 시급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일색인 기대감의 실현 여부는 영천시와 지역주민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영천시 정동선 관광기획담당은 "지역에 어떤 시설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면 땅값부터 올려놓고 보는 시민들의 그릇된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조금씩 양보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은수 도시주택과장은 "교육시설과 문화공간이 열악한 영천의 사정상 단기적으로는 영천 직장인들이 대구로 옮겨가는 바람에 인구감소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러나 땅값이 싸고 자연환경이 좋은 영천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도시민들도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천 도시기본계획을 총괄해온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고속도 개통은 영천의 성장잠재력을 한껏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제대로 된 산업.교육.물류시설과 안락한 주거시설, 관광 레저시설 등을 갖추지 못한다면 영천은 그냥 스쳐가는 교통 통과지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광과 주거단지 효과노리는 경산

영천에 비해 경산시가 얻는 고속도로 개통효과는 미미하다.

도동IC에서 출발한 고속도로는 북쪽으로 팔공산 갓바위를 배경으로 달리다 보면 첫 IC를 만나게 된다.

이 IC의 입구는 경산시 와촌면이고, 요금을 받는 곳은 영천시 청통면이다.

때문에 도로공사는 아직 이 IC의 이름을 짓지 못했다.

북경산, 와촌, 갓바위, 청통, 은해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영천과 경산 모두 자신들과 관련된 지명으로 붙여줄 것을 바라고 있어 쉽사리 결론을 못내고 있다.

그럼에도 경산시는 개통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노력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통과 구간이 경산시 중심지를 멀리 벗어나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이유다

다만 팔공산 갓바위를 중심으로 한 관광객 유치와 대구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땅값을 활용한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전원주택지 조성 가능성도 높다.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상인 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단 차원에서 올해부터 갓바위 일대를 세계적인 불교 성지로 성역화 하면 전국에서 더 많은 기도.탐방객들이 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산시도 갓바위 성역화 추진과 고속도로 개통에 발맞춰 갓바위 진입로를 정비하기 위해 중앙 정부에 40여억원의 사업비 지원을 건의했다.

안상돈 도로시설담당은 "갓바위는 전국적인 관광명소이지만 진입도로(2.4km)가 폭 4~7m로 너무 좁고, 급경사에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한 건설업체가 조성한 와촌면 강학리 한 전원주택단지에는 총 60가구분 중 현재까지 34가구가 입주해 있다.

전원주택에서 5년째 경비업무를 맡고 있다는 황모(69)씨는 "입주자 대부분은 근무지가 대구인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거나 퇴직자들"이라며 "도로여건이 좋아지면 택지를 분양받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짓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새로 집을 지어 입주할 것"이라고 했다.

◆경산지역 업체는 별 효과 없을 듯

그러나 경산지역 진량.자인 지방산업단지 입주업체와 와촌지역 소규모 공장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물류 비용 절감에는 당분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전망이다.

진량산업단지 김광수 관리계장은 "진량.자인산업단지내 섬유.자동차.기계부품.비금속 등 260여개 가동업체에서 생산하는 수출물량 2억9천200만 달러 어치가 모두 부산항을 통해 수출되고, 10분 정도면 진입 가능한 경부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한다"며 "포항의 철강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라면 굳이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만 와촌면 대동.박사.소월리 등지에 산재한 160여개 중.소규모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물류 수송을 위해 대구~경주간 국도 4호선이나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럴 경우 각각 하양이나 진량까지 나오는데 20~30분 정도 걸렸지만 올 연말이면 10여분에 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해진다.

영상산업 조성진(32) 총무는 "와촌지역 제조업체 중 일부 업체들은 물류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업체는 당장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고, (주)환타스틱스 김재진 관리과장은 "수출은 부산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산시의회 전석진(와촌면) 의원은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에 차 있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늦기전에 시 차원에서 대규모 물류 유통단지와 전원주택단지 조성, 갓바위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 등의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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