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 스키캠프-엉금엉금…철퍼덕

입력 2004-01-16 14:10:08

"TV에서만 보던 스키장에 와서 스키를 타보니 넘어지고 쓰러져도 짜릿해요".

15일 오전11시 충북 충주시 수안보 사조스키장. 110여명의 소년.소녀가장과 고아원.산업체 등 시설의 청소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스키장을 찾았다.

스키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스키복 대신 운동복을 입고, 두꺼운 장갑이 아닌 실장갑을 끼고, 방한양말은커녕 구멍난 양말을 신었지만 처음 타보는 스키가 마냥 즐겁기만 했다.

넘어지는 방법과 천천히 내려오는 자세만을 배우고 리프트를 탄 뒤 상급자코스로 올라간 일부 청소년들은 길지도 않은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고 점심시간까지도 내려오지 않는 '함흥차사(咸興差使)'형 스키를 타는 학생도 있었다.

슬로프 곳곳에 있는 참가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엉금엉금'거리고, '비틀비틀'하며 '뒤뚱뒤뚱' 버티다 결국 '철퍼덕' 나뒹굴곤 했다.

그러나 평소의 그늘을 털어내 듯 '툭!툭!' 잘도 털고 일어났다

경북 성주의 보육시설인 실로암에서 온 장공주(18.가천고)양은 "방학이지만 학교 보충수업으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오늘 하루 모든 것을 잊고 하얀 눈밭에서 이리 저리 마음껏 뒹굴었다"고 즐거워했다.

15년 전부터 실로암에서 자라온 장양은 "1박2일은 너무 짧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조선대 역사철학과에 입학 예정인 경북 칠곡 순심고3년 김건엽(19)군은 "50번 이상을 넘어지고 나서야 드디어 'A자'를 터득했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어려운 가정형편인 김군의 장래희망은 '철도기관사'라며 설원을 달리는 미래의 '기관사'를 그려 보기도 했다.

이날 스키캠프에는 14명의 청소년지도자들도 함께 하며 이들을 도왔다.

스키강사 출신인 정문식(23.대구대 스포츠건강과학과) 청소년지도자는 "나 자신도 어릴 때 생활보호대상자였기 때문에 참가한 친구들의 마음을 안다"며 "강원도 LG강촌스키장에서 여기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한편 14일부터 이틀간 열린 '소년.소녀가장 겨울캠프'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사무처장 김건찬)이 주관하고 문화관광부와 경북도 후원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마련됐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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