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면 가끔은 늘어지는 시간을 잡는다.
출근만큼이나 긴장하고 시간을 맞춰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어둠이 창 아래로 내려오고 찬 공기가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며 퇴근을 독촉해도 타협하고 싶지 않은 공연한 객기가 발동하는 날이 있다면, 그냥 주저앉아 볼일이다.
허겁지겁 달려온 날 하루의 말미에서 어쩌면 시간에 끌려 다니다 지친 자기 연민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이렇게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보자. 한 순간을 잡고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에서는 시간을 잠시 묶어 보기 좋게 벽에 걸어 두자. 어둠 속에 홀로 갇혀서 자신의 소리를 듣는 일, 바람이 창을 흔드는 소리 요란해도 방해하지 못하리….
창백하게 응시하는 백지가 있다면 펜으로 신나게 채워 주고 시간을 모자이크하여 담아 보자. 가슴저변에서 샘솟는 용기에 힘입어 한 줄의 글이라도 쓰고 가리라. 공연한 객기는 여기까지 미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라는 중심이 있기 때문에 너와 우리가 있다.
우주전체로 뻗는 힘의 원천인 '나'는 살아 있음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우주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다.
'나'라는 개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비로소 돌아볼 일이다.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통해 피로감을 씻어 내고 마음을 비워내자. 자신을 너무 비워서 허기가 진다면 음악으로 채워보는 것도 좋겠다.
크게 울리는 음악에 자신을 묻고 흔들리는 음계에 따라 몸을 맡겨 보자. 허기진 마음이 채워질 때까지….
이렇게 하여 자기충전이 완료되었다면 이제 자신을 돌아보자. 살아 있음을 느끼며 안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새롭게 솟아나는 에너지원이 되어있을 것이다,
용수철처럼 튈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면 잠시 묶어 두어 늘어진 시간들 향기로 쌓아 제 자리로 돌려놓자. 탄력이 붙은 시간은 부드럽게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공연한 조바심은 하지 않아도 될듯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자 귓불을 스치는 바람조차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리니….
시인.덕촌보건진료소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