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국 고구려사 편입, 남북 공동대처를

입력 2004-01-16 10:05:07

최근 중국 정부와 학계가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하면 우리 민족의 역사는 한강 이남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고구려는 더 이상 우리 민족이 아닌 결과를 갖게 된다.

우려의 단계를 넘어 역사적 사실과 상식을 깨트리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행태는 민족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현안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문제는 민족사적 차원에서 남북한이 공동대처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독립된 국가는 영토와 국민을 외세로부터 보호하는 1차적 기능뿐 아니라 독립된 역사문화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아무리 경제력과 군사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역사문화를 올바르게 지켜 후손에 물려주지 못한다면 그 독립국가는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

우리 민족이 고구려사를 포함해 찬란한 역사문화를 간직해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연선사가 직접 저술한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주장이 단순히 구호에 머물거나 자의적 판단이 아님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단군의 개국신화를 비롯해 고대 우리 민족의 활약상을 상세하게 기술한 삼국유사는 민족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지닌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반박하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8.15해방 이후 정부의 주요 시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관료를 비롯해 정치, 언론,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의 인재들이 대부분 서구문화교육을 받았기에 우리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을 소홀하게 여겼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구문화의식에 영향을 받은 관료들이 국가와 사회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우리의 역사는 희석되어졌고 영원히 잊혀질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는 역사문화를 소홀히 여겨온 '우리의 잘못'도 일부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민족은 '역사의 오점'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느냐, 그렇지 않으면 정체성을 확립하여 새로운 역사를 승계시키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인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문제를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계, 종교계, 언론 등을 통틀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시급하게 발족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역사 왜곡을 저지함은 물론 향후 발생할지 모를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일연선사의 제자인 한국 불교계도 정부와 학계의 구체적인 행동이 가시화되기 이전에라도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키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족정체성을 확립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쉽게도 '민족 성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해방직후 북한정권이 단군릉을 성역화하는 작업을 전개하는 등 나름대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던 사실에 비해 우리 정부는 그러한 노력이 빈약했다.

남북한을 통틀어 민족정체성의 근거를 제시해준 삼국유사를 저술한 도량에 대한 민족성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도량은 민족정체성을 선양하는 한편 미래 민족을 이끌 청소년들의 역사체험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제자가 되어 수행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한 민족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역사를 창조해갈 주인으로서 외세에 굴하지 않는 자부심을 갖는 민족이 되길 염원해 본다.

우리 민족 스스로 우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되새길 때 외세의 부당한 영향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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